발령이 났던, 초임시절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다가 결국엔 내가 생각하던 대로 하는 것이 옳았음을 머리를 쎄게 맞듯이 절절히 느꼈었다.
매일 수업시간에 뛰쳐나가 운동장을 너머 밖에까지 나가는 학생이 있었다.
학교에서도 심각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학생이었기에, 보조 선생님을 붙여 주었다.
보조 선생님은 스케줄 상 날마다 바뀌었다. 그 선생님들은 퇴직을 하신 선생님들로, 나의 나이보다 훨씬 더 경력이 많으셨다. 학생 옆에 앉아 있으시기에 나의 수업과 학생 지도 모습을 모두 보셨다.
한 선생님은 "너무 애들한테 부드럽게 한다. 세게 해야 한다."
다른 선생님은 "너무 애들한테 강하게 하는 거 아니냐. 사랑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등.
1년 차인 나는 고경력인 분들의 조언을 듣고
오늘은 세게, 다음 날은 부드럽게, 왔다 갔다 하는 추처럼 날마다 이랬다저랬다했었다.
그러다가 그냥 내 맘대로 해볼까? 하면서 내 생각대로 아이를 지도했고 그랬더니 아이는 변화했다.
일대일로 있을 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문제 행동을 할 때는 누구보다 단호하고 강하게 지도했다.
그렇게 학기가 끝날 때쯤, 보조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솔직히 그 학생을 지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잘해서 우리끼리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조언대로 할 필요가 없구나. 그냥 내 줏대대로 하는 게 낫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나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교육한다.’라는 걸 들으면
나의 잔잔한 생각의 호수에 돌멩이가 던져져서 파장이 생기듯이 혼란이 생긴다.
‘어,,,? 내가 하는 게 잘못됐나,,,? 저렇게 해야 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근데 내가 지금처럼 행동하는 이유는
분명한 의식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고
명확한 근거를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무의식의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알쓸범잡에서 박지선 범죄심리학 교수님이 ‘적응 무의식’ 개념을 언급했다.
‘적응 무의식’이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빠르게 판결을 내리는 처리 과정 자체이다. 이 적응 무의식이 6초 만에 내린 결정과 긴 시간을 들여 근거를 찾은 뒤 내리는 결정을 비교했을 때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 - 블링크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한다. 굉장히 합리적인 오랜 기간 의사 결정을 거친 판단과 적응 무의식처럼 순간적으로 ‘이 사람 위험하다.’라고 느끼는 것이 같다. 한 실험을 한다.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이 교수를 처음 보고 5초 만에 매긴 강의 점수와 한 학기 뒤에 매긴 강의 점수가 거의 똑같다. 직관이 아니고 오랜 시간 데이터가 축적되어서 무의식이 내린 결정인 셈이다.>
“직관이 아니고 오랜 시간 데이터가 축적되어서 내린 결정인 셈이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나는 사실 교육 경험도 연륜도 적지만, 그래도 나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를 쌓아온 데이터가 만든 직관이 내린 결정이니 옳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