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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Feb 21. 2021

월간 부부에게 연락이란.

너와 나의 연결고리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우리는(아주 정확히는 7년 6개월) 애초에 연락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는 일단 학교에 가면 눈만 돌려도 남편이 있었고, 가만히 있어도 남편이 어느 건물 어디서 뭘 하고 뭘 먹고 있는지 그냥 알 수 있었다. 그때 즈음 나온 문자 무제한 요금제 이런 거 덕분에 뭐 CC들 중에서도 잠깐 밥 먹으러, 잠깐 화장실 가는 것 하나하나까지 서로 공유하고 24시간 연락의 끈을 놓지 않는 커플들도 있었지만 우린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누군 우리더러 너넨 참 쿨하다고, 또 누구는 너넨 너무 무심한 거 아니냐고 했지만 전화기를 5분만 붙잡고 있어도 "아~ 3분 넘었다. 끊자." 하는 스타일이라... 너무도 다행인 건 한쪽만 그런 게 아니라 둘 다 그렇다는 것!





내가 너의 생사를 걱정하게 하지 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무언의 룰이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을 땐 상대방이 서로의 생사를 걱정하게 하지는 않는 것. 연애 기간 중 약 1년 정도 남편이 시카고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완전히 반대되는 시차에 나는 아직 학생이었고 그는 말단 인턴으로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바빴지만,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 1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을 끓였던 적은 없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당시에는 별로 음질이 좋지 않아 아침, 저녁으로 짧게 안부를 물었고 그 외에는 메신저, 메일, 가끔 주말엔 스카이프로 얼굴을 보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서로 소위 말하는 딴짓(?)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 구구절절 세세하진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잘 공유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경험해 본 덕분인지, 떨어져 지내는 지금은 함께 살 때보다(라고 쓰니 뭔가 뉘앙스가 이상하긴 하다. 부부가 함께 살 때...라고 회상하다니) 더 자주,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사실 같이 살 때는 서로 출근하기 바빴고 집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는지 일과 중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옆에서 보는 동료들이 남편이랑 하루에 몇 번 통화하냐고, 연락을 하긴 하냐고 물을 정도였으니...


어쨌든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통화를 하고 강아지를 보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 일부러 강아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끔 영상통화도 하고 일과 중 중간중간 카톡도 자주 하며 지내고 있다. 또 남편이 준비하는 사업 영역 중 마케팅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카톡으로 수시로 이야기하다 보니, 연락의 빈도와 농도는 훨씬 짙어진 편이다. 


주말부부, 월간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 사실 모든 부부, 연인,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로 간의 신뢰와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뢰와 존중은 상대가 나에 대해 걱정하고 의심하기 전에 그런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미리 배려해 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연락은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중요한 마음의 표현 방법이다. 


앞으로도 잘 유지해 보자 남편!



이 글을 쓰고 있던 도중 금요일 밤.

일을 끝내고 친구를 만난 남편은 술 한잔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집에 들어가 잠이 든 바람에 내 속을 끓게 했다. 잘하고 있는 척한 거 다 취소다. 퉤 퉤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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