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우리는(아주 정확히는 7년 6개월) 애초에 연락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는 일단 학교에 가면 눈만 돌려도 남편이 있었고, 가만히 있어도 남편이 어느 건물 어디서 뭘 하고 뭘 먹고 있는지 그냥 알 수 있었다. 그때 즈음 나온 문자 무제한 요금제 이런 거 덕분에 뭐 CC들 중에서도 잠깐 밥 먹으러, 잠깐 화장실 가는 것 하나하나까지 서로 공유하고 24시간 연락의 끈을 놓지 않는 커플들도 있었지만 우린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누군 우리더러 너넨 참 쿨하다고, 또 누구는 너넨 너무 무심한 거 아니냐고 했지만 전화기를 5분만 붙잡고 있어도 "아~ 3분 넘었다. 끊자." 하는 스타일이라... 너무도 다행인 건 한쪽만 그런 게 아니라 둘 다 그렇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무언의 룰이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을 땐 상대방이 서로의 생사를 걱정하게 하지는 않는 것. 연애 기간 중 약 1년 정도 남편이 시카고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완전히 반대되는 시차에 나는 아직 학생이었고 그는 말단 인턴으로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바빴지만,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 1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을 끓였던 적은 없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당시에는 별로 음질이 좋지 않아 아침, 저녁으로 짧게 안부를 물었고 그 외에는 메신저, 메일, 가끔 주말엔 스카이프로 얼굴을 보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서로 소위 말하는 딴짓(?)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 구구절절 세세하진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잘 공유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경험해 본 덕분인지, 떨어져 지내는 지금은 함께 살 때보다(라고 쓰니 뭔가 뉘앙스가 이상하긴 하다. 부부가 함께 살 때...라고 회상하다니) 더 자주,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사실 같이 살 때는 서로 출근하기 바빴고 집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는지 일과 중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옆에서 보는 동료들이 남편이랑 하루에 몇 번 통화하냐고, 연락을 하긴 하냐고 물을 정도였으니...
어쨌든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통화를 하고 강아지를 보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 일부러 강아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끔 영상통화도 하고 일과 중 중간중간 카톡도 자주 하며 지내고 있다. 또 남편이 준비하는 사업 영역 중 마케팅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카톡으로 수시로 이야기하다 보니, 연락의 빈도와 농도는 훨씬 짙어진 편이다.
주말부부, 월간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 사실 모든 부부, 연인,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로 간의 신뢰와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뢰와 존중은 상대가 나에 대해 걱정하고 의심하기 전에 그런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미리 배려해 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연락은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중요한 마음의 표현 방법이다.
앞으로도 잘 유지해 보자 남편!
이 글을 쓰고 있던 도중 금요일 밤.
일을 끝내고 친구를 만난 남편은 술 한잔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집에 들어가 잠이 든 바람에 내 속을 끓게 했다. 잘하고 있는 척한 거 다 취소다. 퉤 퉤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