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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Oct 24. 2020

나에게 제주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

올해 추석에도 나는 서울의 자취방에서 혼자 지냈다. 나는 그것이 익숙하다. 낮엔 영어 스터디를 갔고 밤엔 타코야끼와 맥주를 사서 집에 들어왔다. 제주도로 내려가는 대신 추석 연휴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는 인터넷 뉴스를 읽었다.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아름다운 휴양지다. 갈대가 자라는 오름이 있고, 예쁜 갈대숲이 있고, 근처엔 맑은 바다가 있는 그런 곳. 하지만 나에게 제주도는 통통한 지네, 다리가 굵고 긴 거미가 기어 다니고 산속에서 크고 둥글고 검은 벌레가 날아다니는 습한 산골이다.


집은 올레길에 있었다. 휴양지의 주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양치식물이 자라는 숲길에 위치한 작은 집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지내는지 모르겠는 작은 청개구리나 도롱뇽이 가끔 방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제주도에 올레길이란 것은 아스팔트 도로보다 흔한지라 관광객도 자주 지나다니진 않았다. 내가 살았던 그곳은 시내에 가려면 이십 분정도 버스를 기다려야 했고 (버스시간마저도 무척이나 변덕스러워서 더 기다려야 할 때도 많았다.) 버스를 타고 삼십 분정도 달려야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연합고사를 보고 제주시에서 가장 시내와 가까여자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제주도의 고등학교 중에서 제일 롯데리아와 가까웠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입학하고 나니 학교 근처에 맥도널드와 CU, 신전떡볶이  나를 기쁘게 하는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야자를 빠져가며 친구들과 함께 이곳저곳 먹으러 다니며 놀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재수를 했다…….


여기까지가 간략하게 요약한 제주에서의 삶이다. 제주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관광지도 휴양지도 아닌 누구나 겪는 삶이 있는 곳.


제주도를 그리는 글과 음악은 많다. 대부분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이 그리는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제주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4.3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곳이며, 노약자들에게 병원이 너무 먼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울분을 토하며 그런 이면을 바라보라는 강요를 하고 싶지 않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 맞으니까. 하지만 그저 동백꽃의 이미지를 가진 예쁜 유토피아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가끔은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전형적인 시골일 수도 있다고. 그런 모습을 알다 보면 오히려 더 제주를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서 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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