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 프로젝트 까고 살아남기?
(아마도) 나의 박사 생활 내내 지도교수를 맡아줄 교수에게 첫 프로젝트 제안이 왔다. 해당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둔 모양인데...
아직 학교란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특히 미국은 더더욱) 잘 모르겠지만 오랜 직장 생활 경험으로 몇 개의 촉이 발동되었다. (내 전 직장동료는 이걸 '스파이디 팅글'이라고 불렀다.)
첫 직장이거나 나의 경우에는 이직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내가 적응하기에 쉬워 종종 이런 식으로 직장생활에 비춰 생각하곤 한다.
새로운 직장의 새 직장 상사가 첫 제안을 했는데 그걸 거절한다? 그런데.. 향후 5년은 그만둘 수도 없다?
속이 쓰려온다.
프로젝트에 대한 브리핑만 들어도 전혀 나와 맞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왔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입맛대로 골라서 하겠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막대한 펀딩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라 내가 할 건 거의 없으며, 저명한 학회에 이름이 올라갈 예정이며, 해당 프로젝트에 이미 있는 데이터만 봐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교수와 선배 학생은 말했다.
그래서 일단 관련 자료를 공유받아서 그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답변을 주기로 했다.
- 너무 하고 싶어서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 고생할게 분명하지만 잘하고 싶어서 스스로 노력하게 되는 일
- 너무 하기 싫어서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 고생할게 분명하지만 다 하고 나면 왠지 이득일 것 같은 일(이라고 주변에서 말함)
아, 이런... 역시.... 주말 내내 자료를 살펴봤다. 자료를 열어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혀 평생 관심을 가져본 적도 가질 생각도 없는 분야이다. 게다가 연구 주제도 나와 맞지 않았다. 이런 주제를 주로 연구한다면 이 교수가 나와 안 맞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지도 교수를 너무 급하게 정했나? 연구 주제가 잘 맞을 거 같긴 했는데.. 너무 조급한 마음도 있기도 했고..'
일단 버티다 부서를 옮길지 아님 때려치울지를 고민하게 될 정도의 일이었다.
"절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교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사나 교수는 참 뭘 모른다.
부담 갖기 말라고 말하면 미친 듯이 더 부담된다.
내 박사과정을 좌지우지할(회사 생활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지도교수(상사)가 '부담'갖지 말란다고 '에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한국 사람인 나에겐 더 어려운 일이었다.
*영어공부를 위해 영어일기를 씁니다. 더 나은 표현/문법이 있다면 적극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