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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Aug 27. 2020

애걸복걸 뽀뽀

뽀뽀의 종류

우리 집에는 뽀뽀의 종류가 몇 가지 있다.


'노지 노지'라고 코를 서로 부비는 에스키모 키스, 코뽀뽀.


'문차문차'는 서로의 볼을 맞댄 채로 볼살을 꾸욱 꾸욱 둥굴리는 볼뽀뽀.


그리고 나와 J가 가장 좋아하고 미나리는 가장 비싸게 구는 '쫀드기 뽀뽀' 혹은 '쫀도고 뽀뽀'.

'쫀드기 뽀뽀'는 입술을 최대한 '쭈-'하고 내밀어 쪼옥하고 쪼은득하게 하는 입술 뽀뽀이다.


아기 때는 뽀뽀-라고 하면 입을 헤- 벌린 채로 내 볼에 갖다가 침만 흥건히 묻히고 떼곤 했다.

그러다 말귀도 알아듣게 되고 뽀뽀도 제법 할 줄 알게 되면서 미나리가 제일 좋아하던 놀이는

'뽀뽀~ 몬스터!!!!!'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어 무차별 뽀뽀 세례를 퍼붓는 것이었다.


그런 주제에 요즘엔 아주 치사하기 그지없다.

요즘 들어 그 비싼 '쫀드기 뽀뽀'를 하려면 우리는 미나리에게 갖은 애교와 함께 애걸복걸을 해야 한다.


딸바보 J는 사뭇 근엄하게 애걸한다.

"아빠가 초콜릿 줄테니까 쫀드기 뽀뽀 한 번만 해줘."


나는 체면이고 뭐고 그냥 비굴하다.

"쫀드기 뽀뽀, 한 번만~ 응? 응?"


이 마저도 몇 년 지나 사춘기가 오면 더 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미나리에게 애걸복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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