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이 찡한 그림책 <언제나 네 곁에>
그림책 <언제나 네 곁에>는 이루리 작가가 글을 쓰고 이탈리아에 사는 엠마누엘레 베르토시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이도 비슷한 두 사람은 2011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만났다고 하네요. 이루리 작가가 협업을 제안하고, 먼 거리의 두 작가가 마음을 합쳐 탄생시킨 그림책이 <까만 코다>, <북극곰 코다 호>, <언제나 네 곁에>입니다. 이 그림책들은 따뜻한 글과 섬세한 그림으로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흰 곰 두 마리가 보입니다. 엄마곰, 아기곰이네요. 둘 다 까만 코를 가진, 노란 볼이 똑 닮은 얼굴로 서로 껴안고 있는 다정한 모습입니다. 그림책 표지 배경은 하얗다 못해 살짝 푸르런 색을 띤 끝없는 눈밭이네요. ‘언제나 네 곁에’는 아마 엄마곰이 하는 말 같습니다. 엄마 곰은 이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림책 안으로 함께 들어가 보아요.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
내 곁을 떠났으니까요
에그그... 엄마가 어린 아기곰을 두고 먼저 떠났네요. 이제 어쩌지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아기곰 혼자서 이 추운 눈밭에서 어떻게 살아갈는지요...
이제부터 나는 완전히 혼자예요.
아침엔 혼자 일어나야 해요.
엄마가 깨워 주지 않으니까요.
목욕도 혼자 해야 해요.
엄마가 씻겨 주지 않으니까요.
수영도 혼자 해야 해요.
더 이상 엄마가 등에 태워 주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사냥도 혼자 해야 해요.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니까요.
집에도 혼자 가야 해요
집에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요.
나는 완전히 혼자예요
큰일 났습니다! 혼자 두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며 한 밤에 눈밭을 헤매던 아기곰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네요!
자신도 모르게 “엄마!”라 외칩니다.
다행히 꿈이네요.
꿈속이지만, 아찔한 그 순간에 아기곰은 엄마곰이 자신을 받쳐 준 것을 알아챕니다.
그림책을 세로로 길게 두고 보아야합니다.
그날 이후 잔뜩 심술이 나 있던 아기곰의 표정이 평안해졌네요.
엄마가 언제나 자기 곁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으니까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기곰 옆에 항상 함께하는 엄마곰 그림이 뭉클합니다.
가는 선으로 그렸지만 엄마곰의 든든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대단합니다!
그림책 뒷 표지에 있는 이루리 작가의 글입니다.
저도 엄마를 6년 전에 떠나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루리 작가의 글처럼 돌아가신 부모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분들이 저를 돌보아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불교 신자인 저는 거의 매일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기도에 감사의 마음을 함께 담습니다. 며칠 전 제 생일 때는 이렇게 푹푹 찌는 여름날, 낳느라 애쓰신 엄마께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좁고 더운 방에서 몸조리를 하는데 온몸이 땀띠로 덮였었다는 저의 엄마께 말입니다....
멀리 미국에 있는 제 딸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최근 낯선 도시로 새로 이사를 가 적응 중인 딸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때 제 손에서 뻗어 나가는 에너지로 딸의 몸과 마음을 에워싸며 보호하는 상상을 합니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믿습니다. 아기곰처럼, 이루리 작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