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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달 샤베트>

기발한 상상력에 여러 번 놀라는 <달 샤베트>

by 김경애


“전국적인 무더위로 수상안전 인명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놀이 시 준비운동, 구명조끼 착용, 위험지역 접근금지 등 안전수칙 준수 바랍니다."


“서울 전역에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낮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폭염 안전수칙(물 섭취, 휴식) 준수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폭염경보 발효 중. 논, 밭, 공사장 등 야외작업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주세요. 온열질환 진단 시 기후보험신청(02-2175-5030)


오늘 아침 일어나 확인한 세 통의 안전 안내 문자입니다. 요즈음 매일 여러 통 받는 문자이지요. 찜통더위라는 말 그대로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림책 <달 샤베트>도 이렇게 더운 여름날 밤에 일어난 일입니다.



<표지 그림>


아파트 옆으로 보름달이 둥실 뜬 여름밤입니다. 할머니 늑대가 베란다에 나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네요. 꽃무늬 홈웨어와 코에 걸친 안경으로 미루어 보아 할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랫집 늑대는 소파에 기대 누워 책을 보고 있네요. 편안해 보입니다. 할머니네 위, 아랫집 모두 에어컨이 보입니다만, 할머니네는 구식 냉장고가 눈에 띄네요. 냉장고 위에 놓인 대나무바구니도 정겹습니다. 오늘 이 밤, 늑대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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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돋보이는 <달 샤베트>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어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처럼 너무 더운 날이었나 봅니다. 게다가 에어컨, 선풍기를 팡팡 틀고 있으니 하늘의 커다란 달이 견디지를 못하고 똑, 똑, 똑.... 방울방울 떨어져 녹아내립니다.

놀란 반장 할머니가 큰 고무 대야를 들고 뛰쳐나가 달 방울들을 받아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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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무얼 할까?’ 고민하던 할머니는 노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담아 냉동실에 얼려둡니다.

어쩌지요? 쌩쌩 도는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때문에 정전이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깜깜해졌습니다. 늑대 아파트 주민들 모두모두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두워서 잘 걸을 수도 없는데 반장 할머니 집에는 밝고 노란빛이 새어 나오는군요! 모두들 할머니 집 앞으로 모입니다. 할머니는 주민들에게 달 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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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샤베트 덕분에 그날 밤 이웃들은 창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시원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반장 할머니 집에 똑,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밤에 누가 왔을 까요? 옥토끼 두 마리가 와서 “달이 사라져 버려서 살 곳이 없어요.”라 하는군요. 방법을 고민하던 할머니에게 빈 화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샤베트를 만들고 남은 달 물을 꺼내 화분에 부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주 커다란 달맞이꽃이 피어났습니다.


잠시 후,

새까만 밤하늘에

작은 빛이 피어났습니다.

작은 빛은 점점점 자라나

커다랗고

노랗고

둥그런

보름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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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달로 돌아가고 반장 할머니도 시원하고 달콤한 잠을 청했다지요?

무더운 여름밤이 정겨움으로 마음 훈훈합니다.


따뜻하게 경고하는 환경문제


백희나 작가는 2010년에 발표한 <달샤베트>로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와 어린이·청소년 문학 서평지 <혼북 매거진>이 해마다 뛰어난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아동출판상 가운데 하나라고 하네요. <달 샤베트>는 영어권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작년에 <달 샤베트>를 읽고는 작가의 상상력에 여러 번 놀랐습니다.


-더위로 달이 흘러내린다.

-달 물로 샤베트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다.

-달에 사는 토끼들이 집을 잃었다.

-남은 달물로 달맞이꽃을 피워 올려 새로운 달을 만든다.

-새 달로 토끼가 이사 간다.


남편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림책에 별 관심이 없는 남편도 저자의 상상력과 메시지에 감탄하더군요!


여름이면 언제나 무더운 날씨로 고생합니다. 팡팡 켜는 에어컨으로 정전 걱정을 마음 한편에 갖고 있기도 하죠. 환경문제를 담고 있기도 한 이 그림책의 경고는 살벌하지 않고 따뜻합니다. 저도 에어컨 희망온도를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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