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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우리는 안녕>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 <우리는 안녕>

by 김경애


“예술과 친해진다는 건 물음표와 친해진다는 뜻입니다. 물음표를 알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토요일, 이호철 북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인 박준의 북콘서트에서 시인이 건넨 말입니다. 강연이 열린 ‘이호철 북콘서트홀’은 은평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호철문학관 역할을 하는 이곳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문예북흥’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작가들을 초대합니다. 집에서 버스 2 정류소 거리에 있는 이 문학관을 좋아하는 저는 주로 걸어서 갑니다. 요즈음 같이 더운 날에는 버스를 타기도 하죠. 근처에 이렇게 멋진 장소와 문화적 만남이 있다는 것에 참 행복합니다.

어느덧 33회를 맞이한 이날 행사의 초대 작가는 시인 박준. 그가 최근에 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들고 젊은 시인이 던진 물음표를 해독하려 애써봅니다.



KakaoTalk_20250804_141403283.jpg 출처 - 이호철북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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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의 첫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


강연 마지막 즈음에 저자가 자신의 그림책을 장면장면 화면에 띄워 소개하며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주네요. 그림책 <우리는 안녕>입니다. 김한나 작가의 그림도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박준 시인은 개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합니다. 한 마리씩 따로 산책을 시키는 데 각기 1시간씩, 매일 두 시간을 개와 함께 산책한다는군요.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안녕>의 주인공은 ‘개’입니다. 아버지께서 키우시던 단비라는 개이죠.


어느 날부터 단비에게 친구가 생겼다고 하네요. 잿빛과 푸른빛의 깃털을 가진 새이지요.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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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와 새는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새는 단비를 약 올리고, 단비는 분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죠. 새는 단비의 밥을 먹고 물도 마셨습니다.


안녕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따라가 봅니다.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는 씨익 웃는 거야


잘 흘리며 먹는 저도 이 대목에서 씨익 웃어봅니다.


단비는 바깥세상이 궁금합니다. 친구인 여린 새가 도울 수 있을까요? 단비가 담장 밖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모아다 쌓아주네요. 우정은 서로의 성장과 바람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일이지요. 마침내, 나뭇단을 딛고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단비!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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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눈으로 본 것들은 언제라도 다시 그려낼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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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어찌 이렇게도 표현을 잘했을까요? 역시 시인의 감성은 남다릅니다.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 주는 일이야

안녕, 안녕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안녕, 안녕은 말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하는 말이야


마침내, 철새인 새가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잘 보내주는 것도 진정한 우정과 사랑이겠지요? 우리는 만날 때도 ‘안녕’이라 하지만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 인사하네요...



‘모두 안녕?’ 인사를 건넵니다


그림책 <우리는 안녕>이 저희 집에 온 때는 올해 2월 말입니다. 글쓰기 모임 ‘쓺’의 리더인 황보람 선생님께서 자신의 ‘인생 그림책’이라며 추천해 주신 덕분이었습니다.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이 그림책을 소개할 절묘한 때를 이제야 만났습니다. 세상 모든 인연이 그러하듯 그림책 추천도 때가 있는 듯합니다.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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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구절같은 날들도 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함을 담아 인사 건넵니다.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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