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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함께 모험을 떠나요,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by 김경애

매달 한번, 4명이 모여 그림책 모임을 갖은 지 6년째입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멤버 J는 ‘이야기 할머니’로도 활동하고 있지요.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옛날 ‘무릎 교육’의 따뜻한 전통을 이어가려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고 있습니다. 특정 교육을 이수한 시니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사회공헌활동이죠. 이야기 할머니들은 제법 긴 이야기를 모두 외워서 실감 있게 들려주어야 한다는군요. 암기력과 아이들을 위한 열정을 가진 J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그런 J가 '이야기 할머니'로 새로운 유치원에 처음 간 날이었답니다. 긴장감으로 일찌감치 유치원에 도착했대요. 교무실에 앉아 책장을 둘러보는데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그림책 2권이 떠억 눈에 들어왔답니다. ‘아, 이 유치원과 왠지 코드가 맞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편안해졌다는군요. 그림책의 힘이 대단합니다. 그 2권이 궁금하시죠? <오리건의 여행>과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랍니다. 오늘은 우리도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를 만나보기로 해요.



함께 모험을 떠나요,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에는 개성이 각각 다른 여러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그저 호기심이 일어나 통나무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간 곰. 이 커다란 곰의 여정에 외로운 개구리, 조심성 많은 거북이, 선장같이 배를 잘 부리는 비버, 그저 신난 너구리, 여럿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오리들이 차례로 올라탑니다. 우연히 한 통나무배에 올라타 강을 따라 흘러가며 일어나는 모험이야기이지요.

폴짝, 불쑥, 훌쩍, 뚝, 콰당, 콰르릉 쏴, 첨벙첨벙

그림책에 나오는 의성어, 의태어들입니다. 유난히 큰 글씨로 쓰여 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의 이 부분을 볼 때는 큰 소리로 읽어주면 재미있을 듯합니다. 몸짓까지 하면 더 실감 나며 좋겠죠?

그럼 우리도 곰이 따라가는 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어느 날

곰이 강을 따라갔어

그저 궁금해서 말이야



커다란 덩치의 곰이 조심스레 앞발을 강물에 담가보는 그림이 귀엽습니다.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잘 표현되어 있네요. ‘그저 궁금해서’라는 말에 끌립니다. 호기심은 우리의 동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죠. 저도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 무지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곰은 철버덩 강에 빠져 통나무를 타고 떠내려갑니다. 여기에 폴짝, 개구리가 뛰어올랐다죠. 개구리는 친구가 없어 개굴개굴 외로워했거든요. 개구리에 이어 통나무배에 차례로 거북이, 비버, 너구리들이 올라탑니다. 조그맣던 통나무배가 요술배처럼 이들을 다 태우며 떠내려가네요.


너구리들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통나무배를 타고 내달리는 게 정말 신났어



아! 어쩌지요? 폭포가 나타났습니다. 동물들의 바짝 선 발톱이 긴장감을 정말 잘 표현했네요. 그림 작가 르웬 팜도 대단합니다.



곰, 개구리, 거북이, 비버, 너구리, 오리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요?

낭떠러지를 보니 저도 저절로 긴장이 되는군요! 책장을 조심스레 넘겨봅니다....


곰이 개구리를 꽉 붙들었어!

개구리는 거북이를 꽉 붙잡았지!

거북이는 비버를 꽉 붙들었어!

비버는 너구리를 꽉 붙잡았지!

너구리는 오리를 꽉 붙들었어!




그림책을 세로로 펼치고 보아야 합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이 한 장의 그림에 다 담겨있는 듯하군요.


다행입니다! 무사히 다들 내려왔군요. 모두 두려웠지만 서로 손에 손잡고 위기를 이겨냅니다. 몸을 물보라에 내맡기고 성취감을 느끼는 동물 친구들의 표정이 너무나 신나 보입니다.


그동안 여러 친구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살아왔어

여기 이렇게 함께 있게 될 줄 몰랐단다.

첨벙첨벙,

강을 따라 흘러가 보기 전까진 말이야

처음에는 수묵화 같은 단조로운 색의 그림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색을 더해갑니다. 마지막 그림은 여러 색깔의 꽃들과 나무로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림 작가 르웬 팜도 철학자네요! 물보라는 천사의 날개 같고요. 복숭아꽃도 없는데 제게는 무릉도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함께여서 더욱 그렇겠죠?




함께 인생의 모험을 떠나요

책 뒷면에 글작가 리처드 T. 모리스의 노트가 있습니다.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 속 주인공들처럼 삶이라는 강에 자신을 맡기고 성큼 배에 올라타 볼 것, 개성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이 그림책의 독자들 모두가 통나무배에 올라타고 신나는 모험을 즐기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자의 심오한 뜻이 아이들은 물론 우리 어른들에게도 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각자도생', '셀프 구제' 등 차가운 단어들이 난무하는 요즈음에 더욱더! 여러분의 인생의 강에는 어떤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지요?

그나저나 그림책을 보고 나니 저도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고 싶어집니다. 오늘도 몹시 더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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