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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특별한 마음에 붙인 이름,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by 김경애


어제는 한 달에 한번 있는 ‘쓺’ 모임날이었습니다. 황작가님을 중심으로 뭉친 글쓰기 모임이죠. 어제 최고 기온은 35도씨.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햇빛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열기로 삼송역 부근 카페프리헷을 채웠습니다. 새로운 멤버가 합류해 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고요.


친목 모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즐거운 분위기를 겨우 누르고 각자 써 온 글부터 읽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따끔한 비평을 기대하지만 따뜻한 멘트들이 풍성히 오고 갑니다. 글쓰기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행복한 분위기입니다. 그저 글쓰기가 좋아 모인 사람들. 서로서로 기대어 오늘도 계속 쓰는 힘을 얻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각자의 글 낭독이 끝나고 특별히 제가 가져간 그림책을 소개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마리야 이바시키나'는 러시아 모스크바가 고향입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지요. 2020년에 독립 출판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고 하네요.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과 삶을 표현하는 ‘특별한 단어’들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감정의 언어’로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쓺’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들


각 나라의 ‘특별한 단어’들과 쓺 멤버들을 연결시켜 봅니다.


제일 먼저 ‘쓺’의 리더인 황샘입니다. 서울이 고향인 황샘은 몇 달 전 연고가 딱히 없는 강릉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여전히 서울에서 활동이 많은 황샘이라 집을 자주 비우게 되었답니다. 엄마를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 아들이 마음에 걸려 이번 모임에는 빠지셨습니다. 우리 멤버 모두 기꺼이 아들에게 황샘을 양보하기로 했지요. ‘카푸네’로 아들과의 따뜻한 유대를 많이 쌓아가기를 바라봅니다. 카푸네(포르투갈)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빗어 내리는 일. 그러다 보면 황샘의 아들이 ‘나즈’가 뿜뿜인 사람으로 성장하겠지요? 나즈 (인도)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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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청일점이시고 음악을 사랑하는 레옹님에게는 어떤 단어들이 어울릴까? 생각해 봅니다. 아! ‘타라브’가 좋겠군요. 타라브(이집트) 음악에 매료된 상태.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황홀감. 음악은 당신을 낯선 세계로 이끌고 전율을 안겨주기도 한다. 심지어 바닥에 주저 않은 당신을 일으켜 줄 때도 있다. 레옹님은 자신의 글에 어울리는 음악을 링크 걸어 독자들이 들을 수 있는 책을 구상하고 계십니다. 음악 유튜브도 운영하고 계시지요.

‘메라키’도 좋겠습니다. 메라키 (그리스) 어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깊이 녹아들어 가 진심과 영혼을 쏟아붓는 상태. 무슨 일이든 메라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을 담아 누군가를 위해서 커피를 내리는 일. 우리는 이런 작은 일상에도 온 정성을 다하곤 한다. 우리 모임을 사랑하는 레옹님은 항상 일찌감치 약속 장소에 오십니다. 한 번은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오셨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자주 멤버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챙겨 오시죠. 어제도 예쁜 병에 화분을 담아와 나눠주셨어요. 영양 많은 화분 먹고 더 건강해져야겠습니다.

레옹님은 오는 추석 즈음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신다네요. 기원의 마음을 담아 ‘보르프럿’을 골라 응원해 봅니다. 보르프럿 (네덜란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기쁜 일을 미리 짐작하고 즐거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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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는 조용하면서도 내면이 단단한 H에게 어울리는 단어들이 많네요. 최근 이사를 한 H가 오늘 읽어 준 수필 제목도 ‘이사’였습니다. 그녀에게는 ‘슈투름프라이’가 딱 어울리네요. 슈투름프라이 (독)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아! ‘쿠리’도 좋겠어요. 쿠리(영) 몸을 웅크린 채 구석에 누워 있는 것. 안락하고 따뜻한 느낌

국내외 여행 경험을 주로 글감으로 쓰는 H는 9월에 3주간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떠납니다. 스페인어 ‘바실란도’를 골라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 기를 빌어봅니다. 바실란도 (스페인)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보다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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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의 막내인 L. 그동안 건강을 뿜뿜 자랑하였는데 올해 들어 이곳저곳 많이 아팠습니다. 마음이 약해졌다는 L에게 필요한 단어는 ‘시수’. L뿐만 아니라 아픈 것에 유독 약한 저에게도 필요한 말입니다. 회복력!! 시수 (핀란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단력과 회복력을 보여 주는 것.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수 있는 내적 능력



시와 노랫말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글도 쓰는 늘그래님. 재주 많은 그녀가 이젠 악기까지 다루고 싶어 하네요. 우선은 춤추듯 산책하며 노래부터 불러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아윗바이언’. 아윗바이언(네덜란드) 산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생각을 거두고 머리를 비우기. 모임 장소로 오는 길에 창릉천을 춤추듯 걷고 왔다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창릉천 야경을 찍어 단체카톡방에 올렸습니다.

‘스물트론스텔레’도 그녀에게 어울립니다. 스물트론스텔레 (스웨덴) 딸기밭.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곳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가 있다. 분위기 있는 주점과 카페, 도서관 등 자신만의 특별 장소 만들기에 아주 진심이거든요.



오늘 처음 함께한 멤버, 설여사님. 우리 모두 ‘필록센니아’를 보냅니다. 필록센니아 (그리스) 낯선 사람을 향한 환대와 존중.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 이 그림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저는 필록센니아와 비슷한 뜻의 그리스어 ‘크세니아’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친절과 환대’라는 뜻을 갖고 있지요. <오디세이아>를 읽으며 제 마음에 콕 박힌 단어입니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설여사님에게는 ‘피엘반트’도 어울립니다. 피엘반트(노르웨이) 산길을 걷는 습관. 등산은 목표를 만들어 주고 육체 활동은 기쁨을 가져다준다.

곧 새로운 직업을 가질 예정이라는 그녀는 자신이 모은 돈으로 남편과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여행하고 싶다네요. 그런 설여사님에게는 ‘페른베’도! 그리고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페른베 (독) 아득히 먼 곳에 이끌리는 마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에 대한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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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가 끌린 단어를 소개해볼까요? 욕심껏 골라보았습니다!


이키가이(일본) 매일 아침 당신을 눈뜨게 하는 삶의 의미


모르겐프리스크(덴) 잘 자고 일어난 새벽에 느끼는 상쾌하고 청량한 기분


휘게(덴마크) 일상에서 얻는 기쁨. 맛있는 아침 식사, 친구들과의 만남, 영화 관람처럼 단순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능력


비비르 알 디아(스페인)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기에 오늘에 충실하기.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기


주아 드 비브르 (프랑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뻐할 이유이다. 움직이고, 보고, 햇살의 따스함이나 친구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세더(중국) 무언가를 떠나보내거나 가만히 내버려 둘 준비

아들이 곧 독립하기에 제게는 특히 ‘세더’가 꼭 필요한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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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에게는 ‘아르바이스글라에데’가 딱 좋네요! 아르바이스글라에데(덴마크) 일에서 느끼는 행복감. 남들이 얼마나 우러러보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글 쓰는 그 자체의 즐거움으로 뭉친 모임이니까요.


멤버들과 함께하며 ‘크랙’을 느끼고 크랙 (영)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기분. 가장 편안한 사람들 속에 있어야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차 모임으로 주점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사마르’를 했습니다. 사마르 (이집트) 해가 저물고 나서도 한참 지난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콤무오베레’는 덤이고요. 콤무오베레(이탈리아)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



우리가 붙인 정겨운 한글 단어


그림책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아이슬란드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단어들이 나라별로 소개됩니다. 일본 편이 나오기에 그다음은 우리나라가 나올까 기대했는데, 일본이 마지막 페이지네요. 실망입니다. 하긴 이 세상 많은 나라들을 어떻게 다 소개할 수 있겠어요? 저자의 조국인 러시아도 빠져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만들면 되겠지요? 멤버들의 의견을 보태었습니다.


레옹님이 추천한 ‘사르르’ 얽히거나 묶인 것이 아주 느리고 부드럽게 풀리거나, 또는 얼음이나 눈이 아주 부드럽게 녹는 모양입니다. 사람사이에도 얽힌 것이 자연스럽게 풀리거나 느슨해지는 상태가 되면 좋겠지요?


늘그래님은 ‘알알샅샅이소소한 것이라도 빼놓지 않고 어느 구석이나 모두 다. 그녀의 브런치 스토리 작품집 이름에도 ‘알알샅샅이 기록한 하루’가 있습니다.


설여사님은 ‘같이’를 추천하시네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더불어 함께하는 상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행복과 성장을 추구하며,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려는 의지와도 연결되겠지요?


제가 고른 단어는 ‘스며들다’입니다. 속으로 배어들다, 마음깊이 느껴지다. 어떤 것이 속으로 배어들거나, 또는 마음이나 정신 깊숙이 느껴지다는 뜻. 제가 브런치 스토리에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작품집 이름도 ‘내 마음에 스며든 그림책이야기’입니다.



여러분 모두 ‘라곰’을 추구하며 라곰(스웨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필요한 만큼

고모레비’를 느끼는 매일이기를 바랍니다. 고모레비(일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리고 그 햇살을 바라보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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