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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양들의 왕 루이 1세>

깨어있는 시민 목소리의 중요성 <양들의 왕 루이 1세>

by 김경애



넷플릭스에서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콜럼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는 1982년. 그 해, 호기롭게 그의 대표작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다가 지루하고 난해하여 그만둔 기억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돌아온 그의 소설, 이렇게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나요? 작품 속에는 ‘우연히’ 마콘도라는 마을을 감독하는 권력을 쥐게 된 청년 아르카디오가 나옵니다. 그는 스스로 제복을 갖추어 입고, 완장을 차고, 세금을 매기며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죠. 이 청년이 딱 생각나는 그림책 <양들의 왕, 루이 1세>를 소개합니다.


<표지 그림>

넓고 푸른 들판이 있습니다. 불그스레 해가 지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언덕에는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네요. 파란색 왕관을 쓴 양이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서 있습니다. 그가 책 제목의 루이 1세인가 봅니다.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집고 서 있는데 권위의 상징물로 삼은 듯합니다. 양들은 고개를 숙이고 풀 뜯기에 바빠 보입니다. 혹은 “웬 또라이?”라 하는 듯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



루이 1세는 어떻게 양들의 왕이 되었을까요?


양들의 왕 루이 1세

그림책의 속표지를 넘기니 루이 1세의 초상화가 나옵니다. 프랑스의 절대 왕 루이 14세를 패러디하였군요. ‘태양왕’이라 불리기도 했던 루이 14세는 왕권신수설을 믿으며 “짐이 곧 국가다”라 말하기도 하였죠.


루이14세 - 출처 (위키백과)

몹시 심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평범한 양 루이 앞으로 파란색 왕관이 날아옵니다. 왕관을 집어 쓴 루이는 양들의 왕 루이 1세가 됩니다. 정말 ‘우연히’ 주어진 권력이네요.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오만한 루이 1세의 행적을 살펴볼까요?


루이 1세는 생각했지

우선 왕한테는 근사한 지휘봉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다음으로는 대대손손 물려줄 왕의 의자가 필요했어

정의는 왕의 의자로부터 나오는 거니까

그리고 다들 볼 수 있는 곳에 멋진 침대도 놓았어

밤에 왕이 잠들어도 다른 양들이 지켜줘야 하잖아

양들의 왕 루이 1세는 또 좋은 생각을 해냈어

훌륭한 왕은 백성들 앞에서 가끔 연설을 해야 해

연설을 하지 않는 날에는 사슴이나 멧돼지

특히 사자 같은 동물을 사냥하며 시간을 보냈지

물론 루이 1세의 왕국에는 사자가 없었어

그래서 사자를 한 마리 데려왔지

루이 1세는 가끔 왕궁의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어

세계 최고의 정원사들이 정원을 가꾸었지



루이 1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가들을 왕궁으로 초대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교관들이 찾아와 양들의 왕에게 인사를 했지




가장 중요한 건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일이었어

루이 1세는 양들에게 자기 발걸음에 맞춰 행진하라고 했지

그리고 자신의 왕국에는 자기랑 닮은 양들만 살게 했어

자기랑 다르게 생긴 양들은 멀리 쫓아내 버렸지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던 또 다른 어느 날

양들의 왕 루이 1세는 다시 평범한 양 루이가 되었어


깨어있는 시민 목소리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양들의 왕 루이 1세>

바람에 날려 온 왕관을 주워 쓰면서 ‘우연히’ 권력을 가지게 된 루이 1세입니다. 권위를 세우기 위해 루이 1세는 지휘봉, 왕좌, 침대 등 겉모습 꾸미기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많이 보아온 전통적 군주들을 흉내 내어 연설을 하고, 예술가들을 초빙하여 연주회를 열고 사냥을 합니다.


심지어 자기와 다르게 생긴 양들을 추방하는 인종주의까지 보이네요. 그런데 그림책 내내 다른 양들은 정말 이상하리만큼 루이 1세의 행동에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일부는 추종까지 하고요.

지도자의 부적절한 결정과 어리석은 행동도 문제이지만 이를 방관하는 양들의 문제가 더 커 보입니다. 함께 대응하지 않을 때 닥칠 위기를 작가는 글밥 없는 그림 한 장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바람에 날려간 루이 1세의 파란 왕관을 늑대가 주웠네요. 늑대는 왕관을 쓰고 씩 웃으며 양들이 있는 언덕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합니다. 늑대왕의 횡포를 예상하며 안타까운 눈으로 이 그림을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요?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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