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족 문화 <금요일엔 언제나>
그림책과 친하게 되면서 블로그 친구들이 늘었습니다.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 주시는 분들의 글을 알림 신청을 해두고 읽고 있지요. 세상에는 매력적인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지요! 며칠 전, ‘책돼’님의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반가워 들어가 보니 <금요일엔 언제나>를 소개하고 있네요. 마음에 든 이 책을 제대로 보고 싶어 졌습니다.
일요일인 오늘, 버스를 타고 ‘은뜨락도서관’에 왔습니다. 유아 서가에서 보물을 찾은 듯 뿌듯한 마음으로 <금요일엔 언제나>를 꺼냅니다. 바로 옆에 이루리 작가의 <언제나 네 곁에>가 있어 함께 대출합니다. 올해 초, 이루리 작가의 강연을 들었기에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오늘 고른 두 책이 우연히 북극곰에서 나온 책이네요. 이루리 작가와 <금요일엔 언제나>를 번역한 이순영 님은 부부입니다. 출판사 ‘북극곰’을 함께 운영하고 계시죠. 활자가 점점 멀어지는 요즈음, 모든 출판사들이 잘 되기를 바라봅니다.
잘 차려입은 아빠와 아들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체크무늬의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검은 가죽 가방을 든 젊은 아빠는 핸섬해 보입니다. 아빠와 똑 닮은 얼굴의 아들은 8살쯤 되었을까요? 아빠처럼 단정한 옷차림에 모자를 쓰고 손에 검은 가방을 들었습니다. 붉은 기운을 품은 감귤색깔의 배경은 이 부자의 행복한 마음을 잘 표현하는 듯 따뜻합니다. 금요일엔 언제나 아빠와 아들은 뭘 하는 걸까요?
금요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에요
금요일마다 아빠랑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요
아무리 추워도
눈보라가 쳐도
해가 쨍쨍해도
비가 내려도요
날씨에 관계없이 항상 이루어지는 이 부자의 루틴이 돋보이네요. 아빠와 아들은 늘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가게 문을 열고 있어요
길모퉁이 새 건물은 날마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요
가는 동안 구경할 게 정말 많아요
“아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 부자의 목적지가 꽤나 먼 곳에 있나 봅니다. 길을 걸으며 가는 동안 주변의 변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는군요.
모두들 엄청 바빠요
하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아요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해요
아빠랑 나도 손을 흔들어요
만나는 개가 몇 마린지 세어보기도 하고
아빠한테 도움을 받아서 편지도 보내요
“아빠, 이제 그만 좀 가요! 아직 더 가야 돼요”
장난감 가게에서 발걸음을 멈춘 아들, 스포츠용품점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빠 모두 참 귀엽습니다.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항상 어린아이가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마침내 식당에 도착합니다. 금요일엔 언제나 어디를 가나 했는데 아빠와 아들은 아침을 먹으러 온 것이었군요! 식당 누나는 아이가 펜케이크를 주문할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찐 단골인가 봅니다. 여러 곳의 식당을 바꾸어 다닐 수도 있지만 이 아빠처럼 한 곳을 계속 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 보입니다.
아침을 먹으며 아빠랑 나는
알콩달콩 온갖 얘기를 해요
아빠와 아들의 정기적인 식당 나들이가 여러 의미를 가지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자란 아들은 사춘기가 와도 자기 방문을 꽝 닫아 걸진 않을 듯합니다. 긴 세월 동안, 맛난 음식을 먹으며 만들어진 아빠와 아들의 시간들이 밑거름 되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에요.
벌써 다음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이 아빠, 볼수록 생각이 참 깊은 사람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 댄 아카리노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책 끝머리에 실린 작가의 말입니다.
그림책이 저자 자신의 이야기였군요.
저도 아이들을 키울 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꽤나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칼국수집 한 곳을 특별히 자주 가기도 했었지요. 그러다 스티븐 커비가 지은 <성공하는 가족들의 7가지 습관>을 읽었습니다. 그의 조언대로 아이 한 명과 부모 중 한 사람이 갖는 특별한 시간도 만들었죠. 방학이 되면 딸과 또는 아들과 단둘이 외출합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햄버거를 먹고(저는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가 선택하는)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봅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기도 하였지요. 딸과 남편이 둘이서 음악회를 다녀오기도 하고, 남편과 아들이 둘이서만 템플스테이를 참여하기도 했지요. <금요일엔 언제나>를 일찍이 알았더라면 주기적으로 한 장소를 가는 이런 가족 문화를 만들고 싶네요. 이젠 아이들이 다 떠나버려 아쉽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께 정말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