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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워터 프로텍터>

미국여행에서 만난 그림책

by 김경애


미국여행에서 만난 그림책 <워터 프로텍터>



얼마 전 미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딸의 졸업식을 보러 간 김에 한 달 넘게 머물며 여러 곳을 둘러보았죠. 넓은 자연도 좋았지만 잘 갖추어진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있어 다행입니다.


여행 중 건축을 보러 일리노이주에 있는 마을, 오로라에 갔습니다. 건축주 이름을 딴 ‘에디스 판스워스 하우스’입니다. 내부에 칸막이가 거의 없이 열린 공간의 이 집은 매우 창의적이라 이제 사람은 살지 않고 전시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간 날은 뉴욕의 건축학도들이 견학을 와 그들과 함께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투어를 했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그림책 <WE ARE Water PROTECTORS>를 만났습니다. 선명한 색상의 표지 그림이 눈에 확 들어와 얼른 집어왔습니다. ‘팍스강 옆에 자리 잡은 자연친화적 건축물이라 이 그림책을 비치해 두었나?’ 혼자 짐작해 봅니다.


그 뒤 아이오와시티의 도서관에서, 또 워싱턴 D.C에 있는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의 기념품 가게에서 이 그림책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갑더군요. 그림책의 글을 쓴 캐롤과 그림을 그린 미카엘라 모두 인디언이니 박물관의 기념품 가게에 있는 이유는 쉽게 이해되었습니다.

여독이 겨우 풀린 오늘, <WE ARE Water PROTECTORS>를 펴 봅니다. 아!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네요. 제목은 <생명의 물을 지키는 사람들, 워터 프로텍터>입니다.


표지 그림

표지 한가운데 소녀가 있습니다. 검은 머리와 황색 피부에 커다란 귀걸이를 하고 있네요. 손에는 새의 깃털을 들고 있습니다. 인디언 소녀군요. 소녀의 치마 아래로 강물이 물결치며 흐릅니다. 책의 제목 <WE ARE Water PROTECTORS>도 강물 따라 흐르고 있네요.




주인공 소녀는 결연한 눈빛, 살짝 치켜든 턱에 다부진 입매를 가지고 있네요. 주먹진 손을 보니 물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단단해 보입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생명의 물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 <워터 프로텍터>

글은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의 글과 강렬한 원색의 그림으로 강한 울림을 주네요. 더불어 인디언들의 소박하고도 자연 친화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레 전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일부를 함께 보아요.

최고의 약은 물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물에서 왔다고,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물은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고.

대자연의 품에 사는 지금도 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물은 그만큼 신성하다고 우리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어요.



강물의 리듬이 내 핏줄을 타고 흘러요.



우리 부족의 핏줄을 타고 흘러요.

우리 부족에게는 검은 뱀이 이 땅을 파괴할 거라는 전설이 있었어요.

물을 망친다고, 풀도 동물도 모두 그 독에 당할 거라고.

검은 뱀이 지나는 자리마다 엉망이 될 거라고 했죠.

이제 그 검은 뱀이 나타났어요.

뱀독이 땅에 불을 질러요.

물길을 가로질러 다니며 물을 마실 수 없게 만들어요.




우리 모두 일어나 물을 지켜요.

우리 모두 일어나 땅을 지켜요.

우리 모두 일어나 하나가 돼요.

검은 뱀에 맞서요.




스스로를 위해 맞서 싸울 힘이 없는 생명들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해요.

날개가 있는 동물도, 기어 다니는 동물도. 다리가 넷인 동물도, 다리가 둘인 동물도.

풀, 나무, 강, 호수도. 이 지구까지도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어요.


물에도 혼이 있다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물은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대자연의 돌봄이에요. 아무도 우리 영혼을 망가뜨릴 수는 없어요.

우리는 워터 프로텍터예요.

우리는 맞서 싸울 거예요.

검은 뱀이 사라질 때까지

생명의 근원, ‘물’


<WE ARE Water PROTECTORS>는 2021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입니다. 칼데콧 상은 미국에서 그해 최고의 그림책에 주는 상입니다.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저는 원주민 아이들이 책 안에서 자신을 보고, 또 비원주민 아이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서로를 볼 수 있게 되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글 쓴 이, 캐롤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비원주민인 저도 인디언들의 자연관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네요. 자연과 합일되어 있는 그들의 정체성을!


자연을 아끼며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삶! 그런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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