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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나들이>

3화 <폭풍우 치는 밤에> 속편

by 김경애 Feb 09. 2025

 염소와 늑대의 나들이?  

       

  저를 그림책 세계의 매력으로 이끈 책은 3화에서 소개한 <폭풍우 치는 밤에>입니다. 그림책 모임에서 이 책을 소개받은 한달 뒤인 2019년 12월 26일, 드디어 네 번째 그림책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날은 정선생님께서 <폭풍우 치는 밤에> 속편인 <나들이>를 가져오시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폭풍우 치는 깜깜한 밤에 오두막에서 만나 절묘한 상황에 의해 친구가 된 늑대와 염소. 이 둘이 나들이를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순한 유치원생이 선생님을 바라보듯 호기심을 가득 안고 <나들이>를 읽어 주시는 정선생샘께 집중합니다. 마침 그날은 그림책 멤버가 한 명 늘어 셋이 되었습니다. 같은 서울 안에 있지만 꽤나 멀리 사는 제 친구가 함께했어요. 친구는 지역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좋은 그림책과 작가를 많이 알고 있어 지금까지 우리 모임을 풍성하게 해주는 공신입니다.           



표지 그림   


  염소와 늑대가 만나 나들이를 가는 날, 폭풍우가 치던 어젯밤과는 달리 화창하게 맑습니다.  구름도 경쾌하게 떠 있네요. 꽤 가팔라 보이는 초록의 산길을 늑대가 앞장서고 염소가 뒤따라 올라가고 있습니다. 환한 대낮에 만난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염소 고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늑대인데 말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솝우화>에는 ‘새끼 염소와 피리 부는 늑대’, ‘늑대와 염소’, ‘지붕 위의 새끼 염소와 늑대 ’등 늑대와 염소 이야기가 여러 편 나옵니다. 모두 잡아먹고 먹히는 이야기이죠.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사람 이솝도 늑대와 염소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천적관계로 묘사하는데, 그림책 <나들이>에서는 이 둘이 소풍을 갑니다. 표지만 보았는데도 궁금증이 마구 솟아오릅니다.      


 갈등 유발자 염소, 유혹을 이겨낸 늑대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작은 새들은 바쁘게 날아다니고

꽃잎과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간밤에는 그렇게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거짓말처럼 맑게 개었습니다.

화창한 오후, 그림자 둘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졌습니다. 

     

  오두막 앞에서 암호인 ‘폭풍우 치는 밤에’를 확인한 염소와 늑대. 그들은 서로 눈이 튀어나오게 놀랐지만 왠지 닮은 점이 많아 지난밤에 싹튼 이 우정을 키워나가 보기로 합니다.

     

“난 늘 늑대는 무서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늑대와 점심 약속을 하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점심거리를 곁에 두고 점심을 먹는 꼴이니까요. 아 참! 미안, 미안.”

“괜찮아요. 날 잡아먹을 작정이었다면, 아까 오두막 앞에서 잡아먹었을 테죠?”

“그랬겠지요. 내가 이래 봬도 우정을 꽤나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둘은 언덕을 척척 올라갔습니다. 높이 솟은 바위산 꼭대기에서 도시락을 먹을 작정이었거든요. 아, 어쩌지요? 뽐내던 늑대가 바위틈을 훌쩍 뛰어넘는데 목에 묶어온 도시락이 골짜기 아래로 툭 떨어집니다.... 산길이 좁아지면서 나란히 걷던 둘은 한 줄로 걷습니다. 늑대 코 앞에는 염소 엉덩이가 있습니다. 바위를 오를 때마다 씰룩거렸고 꼬리는 늑대를 꼬드기라도 하는 양 살랑거립니다. 저도 모르게 ‘아, 맛있겠다’라며 침을 꼴깍 삼킨 늑대는 얼른 반성하며 자기 머리를 툭툭 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마침내 둘은 경치가 좋은 산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염소는 도시락으로 싸 온 마른풀을 늑대에게 권해봅니다. 염소 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늑대는 풀을 사양합니다. 도시락을 먹고 배가 부른 염소가 졸리다며 쌔근 낮잠을 잡니다. 늑대에게 두 번째 다가온 유혹입니다.  ‘정말 괜찮은 애야. 먹어도 맛있겠지만.... 그런데 같이 있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단 말이야.’  


브런치 글 이미지 3

  

  갑자기 흐려진 날씨에 산길을 내려오다 둘은 동굴에 들어갑니다. 염소를 잡아먹고픈 또 한 번의 유혹을 이겨내는 늑대. 우정을 무너뜨릴까 봐 그림책을 보는 내내 우리의 마음도 조마조마합니다. 배고픔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유혹을 이겨내는 늑대가 대단합니다. 갑자기 이 사나운 늑대가 좋아집니다. 천진한 염소는 늑대의 갈등을 유발한 죄로 우리 셋의 비난을 제법 받았습니다.

     

  “다, 다음에 언제 또 만나? “라고 수줍게 염소에게 묻는 늑대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요?           


 <폭풍우가 치는 밤에> 시리즈   

  

 저자인 기무라 유이치는 일본의 유명한 아동 문학 작가입니다. 1995년 출판된 <폭풍우 치는 밤에>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일본에서 17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하다네요.


  늑대인 가부와 염소인 메이가 주인공인 이 책은 6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권은 오늘 소개한 <나들이>입니다. 3권인 <살랑살랑 고개의 약속>에서 늑대와 여우는 서로 이름을 알려줍니다. 4권인 <염소 사냥>, 5권인 <다북쑥 언덕의 위험>, 6권인 <안녕, 가부>는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비밀친구'가 된 늑대와 염소의 우정이 숲 전체에 알려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거든요. 사이좋게 공존할 수 없는 두 동물의 세계에서 이들의 우정은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당연히 위기를 맞이합니다. 염소는 염소대로, 늑대는 늑대대로 자신의 집단에서 의심과 배척을 받게 되죠. 저를 깔깔거리게 만들었던 1, 2, 3권에 비해 갈수록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이들의 우정을 지켜주고 싶지만 저로서도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먹고 먹히는 관계인 염소와 늑대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기무라 유이치의 작품들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재미있는 그림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합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 푹 빠진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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