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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삶>

삶을 응원하는 <삶>

by 김경애 Feb 16. 2025

 ‘삶’을 선물 받다      

  

  제가 브런치스토리에 ‘내 마음에 스며든 그림책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이루리 작가의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에 자극을 받은 것이지요.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50여 편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루리 작가처럼 제가 좋아하고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저만의 그림책 목록을 갖고 싶었습니다. ‘어떤 그림책이 좋아?’ 하고 누군가 물어오면 주저 없이 내밀 그림책들 말입니다.  

     

  그런 이루리 작가의 강연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하고 친구 J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촐한 강연장은 봄볕처럼 훈훈했습니다.


강연은 질문과 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질문을 받은 이루리 작가는 잠시 생각하고는 그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그림책을 찾았습니다. 신기하게도 화면에 띄워 읽어주시는 그림책 안에 답이 다 들어있더군요. 역시 그림책 작가이며 그림책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다웠습니다.   

   

  “어떻게 계속 글을 써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날의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작가님이 답으로 소개한 책이 <삶>입니다. 표지의 환상적인 블루가 저를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화면 속의 책으로 빨려들 기세인 저를 본 친구가 <삶>을 선물하겠다고 하네요.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 친구가 떠오르고 또, 행복할 테니까요.





  이루리 작가의 강연이 있었던 북카페 이름은 ‘레벤’입니다. 독일어 "Leben" ‘삶’이라네요. 그림책 <삶>을 만나려고 예정되어 있었나 봅니다.  

  드디어 <삶>이 배송되었습니다. 판타스틱한 표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봅니다.      


 표지 그림   


  보름달이 환한 밤입니다. 별은 반짝반짝 빛나고 하늘과 강물 모두 짙은 파랑입니다. 숲 속의 식물들은 어두운 색을 띠고 있네요. 나뭇잎들이 둥글게 뜬 달과 그림책 제목 ‘삶’을 화관같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삶을 환희하는 듯합니다.       




  아! 자세히 보니 깜깜한 나무 사이에 여러 동물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새 두 마리, 나무를 타고 스르륵 내려오는 뱀, 눈을 반짝이는 오랑우탄도 보이네요. 신비로운 밤 풍경입니다. 그림처럼 두어도 좋을 멋진 표지라 거실에 세워두었습니다.



 현자의 속삭임 <>  


  표지를 넘기면 파란 밤하늘에 많은 별이 떠 있습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조용조용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코끼리도 태어날 때는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점점 자라납니다.

햇빛을 받으며

달빛을 받으며     


가족들에 든든하게 둘러싸인 아기코끼리가 안전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동물들에게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지 물어볼까요?

매는 하늘이라고 할 겁니다.

낙타는 모래라고 하겠지요.

뱀은 풀이라며 쉭쉭거릴 겁니다.

거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수백 년을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보았거든요.

하지만 거북이도 삶을 사랑합니다.

등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모든 페이지마다 명화 같은 그림책입니다. 그래도 1 점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소나기 내리는 바다의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거북이 그림을 꼽겠습니다. 미소를 띠고 있는 거북이가 도인 같이 느껴지네요.  

  


    

   

삶에서 아름다운 것이

모두 사라진 것 같을 때에도

잊지 마세요.

들에 사는 토끼와

산책길에 마주치는 사슴이 있다는 걸요

집으로 돌아가는 늑대와 기러기도요.     

동물들은 삶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삶은 변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매일 아침

부푼 마음으로 눈을 뜨세요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자라날 테니까요.     


숲 속의 현자가 제게 조용조용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을 선물하다   

  

  제게는 특별한 소년 친구가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이 소년과 인연 있던 제 친구가 소개해 주었지요. 역사에 해박했던 공무원이며, 모자에게 더없이 다정했던 소년의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직후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저와 소년은 한국사, 세계사를 공부하며 만 4년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영특하고 예의 바르고 피드백이 뛰어난 초등 3학년이었던 아이가 며칠 전 초등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친구와 저는 축하의 마음을 가득 안고 졸업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반짝반짝 빛날 소년의 앞날을 큰 박수로 응원하였죠.

  젊고 지혜로운 소년의 어머니에게 애쓰셨다고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삶>이 안성맞춤이었죠. 제가 카드에 적어드린 몇 마디 보다 그림책 속의 이 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산다는 게 늘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길을 잃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제가 선물 받은 <삶>,

제가 선물한 <삶>.

릴레이가 되어 서로 응원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이 각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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