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응원이 필요한 때 <난 학교 가기 싫어>
곧 개학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긴장하는 때이지요.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학급에 적응해야 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기를, 친절한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기이지요.
그런 마음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마음 졸이며 기도하지요. 저도 이제 성인이 된 딸아들이 학교 다닐 때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공부야 제 깜냥으로 하는 것이지만 친구들, 선생님들과 좋은 인연이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학부모면서 동시에 교사이기도 했던 저는 ‘나도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하며 각오를 다지기도 하였지요. 이른 봄, 개학을 코앞에 앞둔 요즈음 같은 때 말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림책 <난 학교 가기 싫어>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성장의 봄을 알리는 듯 샛 노란색 표지가 산뜻합니다. 눈이 꼭 닮은 두 아이가 있네요. 남매인가 봅니다. 오빠의 몸에는 ‘찰리’라는 이름까지 적혀있습니다. 빨간색 바탕에 예쁜 벚꽃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가 아마 그림책 제목처럼 “난 학교 가기 싫어”라 우기는 듯 합니다.
학교의 ‘학’ 자 위에 시계가 그려져 있네요.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학교생활이 엿보입니다. 각각 다른 색깔의 예쁜 무늬 여덟 개가 나비처럼 노란 배경 위를 날아다닙니다. 규칙도 많지만 그래도 학교 가면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소녀는 그림책 제목과는 달리 마음을 바꾸어 학교에 가게 될까요?
동생 롤라는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가기 싫다고 하네요. 아직 키가 작다고, 집에서 할 일이 무지무지 많아 학교 갈 시간도 없을 것 같다고. 숫자 열까지는 셀 수 있어 가지 않아도 된다면서요.
오빠 찰리는 학교에 가면 좋은 점을 말해줍니다.
“먹보 코끼리 열한 마리가 저마다 먹이를 달라면 어쩌지?”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소원을 꼭 쪽지에 적어서 굴뚝에 붙여 놔야 해. 글씨를 모르면 어떡해?"
"무서운 도깨비가 나타나서 좋아하는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떼를 쓰면 어쩔 건데? 읽어 주기 전에는 잠도 못 자게 할걸?”
롤라는 학교 밥과 교복이 싫다며 계속 핑계를 댑니다. 오빠는 도시락을 싸가면 된다고, 교복 입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줍니다.
“학교에서 나 혼자 먹기 싫은데, 혼자 먹으면 심심하단 말이야.”
마침내 롤라가 진짜 학교 가기 싫은 이유를 말하네요. 학교에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운 것이지요.
오빠 찰리는 롤라의 보이지 않는 친구 ‘소찰퐁이’와 함께 하면 된다고 일러줍니다. 참 친절하고 지혜로운 오빠입니다. 일일이 옳은 말이지만 멋대가리 없는 어른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롤라 눈높이에 딱 맞는 이유를 들어 동생의 마음을 바꾸고 안심하게 만드네요.
드디어 개학날, 오빠는 동생이 걱정되어 학교 곳곳에서 동생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그러다 안심합니다. 학교 첫날부터 친구를 사귀고 집에까지 데려왔으니 말입니다. 롤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롤라는 좋겠어요, 이런 든든한 오빠를 두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영화 ‘원더’를 보았습니다. 2017년에 개봉하고 최근 재개봉된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어기’는 '안면기형복합증후군'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희귀병을 안고 태어납니다. 27번의 성형수술을 하였으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괴물로 보여 헬멧을 쓰고 다니죠. 10살까지 엄마의 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란 뛰어난 ‘어기’. 더 큰 세상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엄마는 용기를 내어 ‘어기’를 학교에 보냅니다. 교문 앞에서 ‘어기’를 학교로 들여보내며 엄마는 기도하듯 중얼거립니다. ‘부디 친절하게 대해주기를...’ 엄마의 간절함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입니다.
‘어기’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용기를 내보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역경을 이겨낸 ‘어기’는 우정을 얻고 멋진 졸업을 맞이합니다. 부모님과 누나의 사랑, 교장선생님, 담임 선생님의 지혜로운 배려가 큰 힘이 되었지요.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에는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어기’의 담임 선생님 대사가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많은 아이들. 이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이 '배움'과 '다정함'으로 가득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