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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장미의 진짜 주인>

철학 우화 <장미의 진짜 주인>

by 김경애 Mar 16. 2025

 그림책 보물찾기  


     

 “그림책 한 권 더 들고 와 줘”

25년 2월의 그림책 모임 날입니다. J가 카톡을 보내왔어요. 지방 여행을 갔다가 곧장 모임 장소로 온다며 자기 몫의 그림책을 한 권을 더 챙겨 오라네요.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아파트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던 저는 서가를 둘러봅니다. 부탁받은 그림책을 이곳에서 찾기 위해서였어요. 자그마한 자율도서관인 이곳은 아파트에서 구입한 책도 있지만 주민들이 더 이상 보지 않는 책들을 갖다 두기도 합니다. 제 아지트이지요. 보물찾기 하듯 여러 그림책을 훑어보다 <장미의 진짜 주인>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그날 모임에서 책을 발견한 자랑이 늘어진 건 물론입니다.  


표지 그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빨간 글씨로 ‘장미의 진짜 주인’이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장미 색깔이 붉은색이어서 그런 가 짐작해 봅니다. 제목 아래로 흰 수염에 커다랗고 긴 코를 가진 남자가 보입니다. 다섯 송이 장미 다발을 들고 있는 그는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입힌 푸른색의 멋진 망토를 걸치고 있네요. 머리에 왕관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는 왕인 듯합니다.        



  먼 이국 남자의 모습과 독특한 그림풍의 표지라 저는 외국 그림책이라 단정해 버립니다. 아! 그런데 글 김진락, 그림 이범으로 우리나라 분들이네요. 그림이 궁금하여 그림 작가 이범을 알아봅니다. 6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네요. 부모님 모두 순수회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셔서 그림 그리기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모두 합쳐져 그림을 잘 그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군요.     


 장미의 진짜 주인은 누굴까요?   


 책은 '아르메니아 왕궁에 한 임금님이 살았습니다.'로 시작합니다. 막연히 알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위치가 궁금하여 지도로 확인해 봅니다. 알고 나면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서아시아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남동쪽에 이란, 동쪽에 아제르바이잔, 서쪽에 튀르키예, 북쪽에 조지아와 국경을 같이하고 있네요. 내륙국이며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역이라고 합니다.

  왕은 장미꽃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오래전 어느 예언자가 찾아와 정원에 있는 장미꽃이 피면 장미의 주인은 영생을 얻게 된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죠. 실력 있는 정원사들이 수십 명이나 바뀌었지만 장미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꽃을 피워보겠노라 합니다. 청년은 장미 옆에서 자고 먹으며 지극정성으로 돌봅니다. 그래도 꽃필 생각을 않네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청년은 마음을 다해 물어봅니다. “나무야, 나무야. 너 어디 아픈 모양이구나. 내게 말해 보렴.”   

  

 

  청년의 정성이 닿아서일까요? 장미 뿌리에서 벌레가 기어 나오고 벌레의 방해가 없어진 장미는 화려하게 꽃을 피웁니다. 왕은 놀라고 기뻐합니다. 이젠 영생을 얻었다며 매일 술 마시고 즐겁게 노는데 에너지를 다 쏟아붓습니다. 그래도 죽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겠지요.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왕은 늙고 병들었습니다. 죽음에 이른 왕은 마지막으로 장미가 보고 싶다며 창을 열어보라 합니다. 여전히 장미를 정성껏 돌보는 청년을 바라보며 왕은 깜짝 놀랍니다. “참 이상하다. 저 젊은이는 나이를 먹지 않는구나. 아! 장미의 주인은 바로 저 젊은이로구나!” 후회와 깨달음을 얻은 왕입니다.  




 자기 삶의 장미꽃을 피워봅시다    

  

   원작이 서아시아의 우화인 이 그림책은 쉬운 이야기로 삶의 태도에 대한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네요. ‘진정한 소유’란 단순히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돌보는 사람이라고요!

  재물만 아니라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환경과 운세를 타고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고 온전하게 꾸려나가지 않으면 그 복은 떠나버리겠지요?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에게 약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을 덮으며, '주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내 삶의 장미꽃을 어떻게 피우고 가꿀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봄기운이 물씬 올라오는 요즈음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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