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타이쿤 같은 매력이 있는 서진이네 2
특별한 게 없어도 계속 손이 가는 새우깡처럼, 매일 찾게 되는 집밥 같은 매력이 있는 리얼리티 쇼.
오늘은 이상하게 작은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하루였다.
호르몬의 영향인가, 아니면 연일 치솟은 더위와 습도 때문일까. 에어컨을 아무리 돌려도 계속 뭔가가 날 괴롭히는 기분.
그때, 최근 방영 중인 서진이네2(아이슬란드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별생각 없이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가끔 핸드폰으로 딴짓하면서 봐도 괜찮은, 100% 집중을 요하지는 않는 그런 편안한 프로그램.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한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편안한 집밥 같은 그런 프로그램.
그렇게 티빙을 켜고, 서진이네를 보면서 스쳐간 생각.
"어라, 이거 붕어빵 타이쿤 같네??"
2000년대에 스마트폰 전에 피쳐폰을 쓰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갔을 붕어빵 타이쿤,
손님의 주문대로 붕어빵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하는 게임, 손님을 너무 기다리게 하거나 붕어빵을 태우거나 잘못된 메뉴가 서빙하면 점수가 깎여 게임이 종료된다.
하지만 능숙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받아낸다면? 게임은 그때부터 조금씩 나를 시험하며 레벨업을 한다. 처음에는 손님들의 요구가 단순했지만, 점점 다양한 요구를 처리해야 하거나, 토핑을 다양화되는 등, 점점 난이도를 높여나간다.
서진이네도 똑같다.
처음엔 기본 메뉴 3개로 시작했다가 점점 메뉴의 수를 늘려가거나 메뉴의 난이도를 높여 나가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루틴에 변주를 더하여 프로그램을 이어나간다. 한식 레시피를 기본으로, 그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한 스푼 더하고 식당을 찾아오는 세계 각국의 손님들이 한식, 그리고 한국문화를 즐기는 방법, 한국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완벽한 프로그램의 구성을 만든다.
매일 같이 식재료를 사고, 똑같은 프렙을 하고 또 음식을 만들고, 몰려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치우고를 반복하는 이 단순한 도돌이표를 우리는 왜 이토록 열심히 보고 있는 걸까?
현대사회가 바빠질수록,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더 높아질수록 맛있고 정성스러운 한 끼의 가치는 더 커지는 것 같다. 8~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가정집에서 그날 만든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집밥이 존재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요리를 하지 않고 이를 외주화 하여 배달 혹은 식당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요리하는 사람' 그리고 '직접 만든 맛있고 정성스러운 한 끼'는 이제 그 자체로 희소성이 있다.
거기에 전문 셰프가 아닌 배우들이 낯선 타지에서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예상하기 힘든 변수들,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한국음식과 문화를 대하는 손님들, 그리고 제작진이 세심하게 신경 쓴 식당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자칫 평범한 일상 같지만 한 끝이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와 같은 특별함이 있는 일상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여 우리 앞에 놓인다.
붕어빵 타이쿤 같은 삼삼한, 그러나 결코 심심하지는 않은 오묘한 매력.
나는 그래서 오늘도 소파에 앉아, 매일 같은 집밥같이 편안하지만, 특별한 킥! 이 있는 서진이네의 도전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