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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Jun 28. 2020

이직을 대하는 자세 Ⅱ : 이직 통보와 입사 전까지

내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면접을 본 회사에서 최종으로 합격통보를 받은 후 연봉협상을 마무리 짓고, 현재의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한 후에도 나는 내 선택이 100%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 앞에 놓여있던 많은 갈림길 중 나의 최종 선택은 내가 최근 몇 년간 소비자로서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는 쇼핑몰이다. 아마 나의 site별 app/web 체류시간을 측정해본다면 이 site는 단연 top 1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만큼, 이미 내 생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거기에 팀장이라는 직책과 새롭게 추가되는 직무 role까지, 많은 야근의 나날이 눈앞에 그려지기도 했지만,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했고 직장 커리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봐야 하는 리더 포지션의 제안이기 때문에 나는 이 곳을 나의 최종 선택지로 결정했다. (feat. 연봉 상승 *이직이라면 당연히!)


평소에 선택을 함에 있어 타인의 조언을 구하거나, 나의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타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종 결정을 한 후에도 계속 "나 잘한 것 맞지?"라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확인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 내 첫 직장은 누가 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일하기 좋은 회사였다. 그런 직장을 뒤로하고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덜 안정적인 회사로 가는 것을 혹자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에겐 '회사를 옮기면 좋은 이유'는 있었지만 '회사를 떠날 이유'를 확실히 갖고 있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택을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무엇인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평범하지만 큰 깨달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최선을 다해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만드는 것, 그뿐이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가끔씩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한다. 살면서 하게 되는 수천만 가지의 선택 중에 100% 확신으로 하게 되는 선택은 얼마나 될까? 선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택하고 나머지는 취하지 않는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가보지 않은 길'이 그 부산물로 남게 된다.

그 '가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길'을 우리는 정말 아름다웠을 거라고 미화시켜 상상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로 현재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금의 선택보다는 별로였을 것이라고, 좋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첫 회사에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혹은 '다른 선택지를 택했더라면?' 어쩌면 더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내 선택은 정해졌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택을 빛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그뿐이다.  


인생에서 하게 되는 많은 선택들 중 일부 선택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spotlight를 받게 된다. 화려한 핀 조명을 받은 선택의 순간은 마치 그때의 결정이 인생을 모두 좌지우지할 것처럼 우리를 착각하게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설사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내가 그 선택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고 여의치 않은 경우 '백도'라는 옵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결정적인 순간의   번의 선택이 아닌 매일매일의 하루를 대하는 나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완성되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인생은 로또 한방이 아닌, 방망이 깎는 노인의 삶에  가까운  같다.

로또 당첨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진 않으며, 방망이 깎는 노인은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 노인의 방망이를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아주 느리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 보이는 것과 같은 진리이다.  


나도 이미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을 돌아보고 곱씹으며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이제 그만하고 그보단 앞으로 내가 맞닥뜨릴 많은 상황들에 대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로또 한방을 기다리며 허송세월 하는 사람이 되기보단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내 선택이 빛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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