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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Jun 02. 2022

문과생이 의대생보다 더 설레는 이유

인생의 불확실성,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좋은 선택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이며, 우리가 가보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런데 사람은 불확실한 것을 못 견뎌한다.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하고자 한다. 미래를 확실한 것으로 보장받고자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늘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왜 불확실성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본질상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해진 것은 안정되어 있지만, 변화될 것도 없으니 새로울 것이 없다. 반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새로운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호기심도 생기고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동전의 앞뒤처럼 불안과 설렘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설렘을 선택할 것인가? 는 우리가 보는 대로 결정된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을 도와서 ‘청년의 삶과 꿈’이라는 교양과목 조교로 일한 적이 있다. 여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생선배의 특강을 듣는 수업이다. 시험은 없었지만, 본인의 삶과 꿈에 관해 글을 써서 리포트(report)로 제출하는 과제물이 있었다. 일상생활에 관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일종의 수필형식의 에세이(essay)였다. 조교로서 학생들의 에세이를 모두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두 학기 정도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어떤 경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청춘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에세이, 그리고 불안도 없었지만 미래에 대한 설렘도 없어 다소 무덤덤한 에세이로 크게 구분되었다. 주로 인문대, 사회과학대 문과생들의 에세이가 전자에 속하였고, 공대, 특히 의대 학생들의 에세이가 주로 후자에 속하였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의대생들은 의사라는 미래의 직업이 결정되어 있었고,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안정감이 느껴졌지만, 미래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다. 반면, 문과생들은 대부분 졸업 이후의 구체적인 진로가 결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는 더욱 불확실했다. 그래서 불안감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 설렘이 있었다. 


 고등학교때 문과를 선택하고, 소위 어문·역사·철학 등 문과계열을 대학에서 전공한 졸업생들의 취업전선은 이과계열을 대학에서 전공한 졸업생들보다 훨씬 혹독하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는 10년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 미국의 조사결과에서도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조사 대상자 중 38%가 자신이 택했던 전공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했고, 문과계열을 전공한 대졸자들의 불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바람 속에 ‘문송합니다’는 전 세계적으로 특별한 현상이 아닌 것 같다.
  당신이 '문송'이라도 앞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불안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으로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오히려 '문과라 설레입니다'라며 남다른 특별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과생과 의대생의 에세이를 비교하여 예를 들었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늘 불확실한 미래앞에서 오늘을 불안하면서 살 것인가? 설레이면서 살 것인가? 당신이 보는대로,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 사실은 내일도 불확실하다. 미래를 더 확실하게 보장받고자 하면 할 수록, 불확실성을 더 빨리 해소할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은 불안감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조급하게 인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고 몸부림친다면 불안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설레인다. 어제가 설레이는 사람은 없다. 확실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과거는 없다. 이제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인생의 보물섬을 찾아서 불확실성의 바다를 항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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