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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Sep 03. 2023

머리 감을 때 비누 씁니다

[100일 100 글]85일, 여든다섯 번째 썰 

우리는 샤워할 때 많은 제품들을 사용한다. 치약과 폼클렌징 제외하고 샴푸, 린스, 바디워시는 기본. 나열된 제품들 외 추가적으로 +/-를 시킬 수 있는 품목들도 다양하다. 스크럽제, 보디 오일, 샤워용 팩, 종류도 많다. 그에 반해 난 딱 하나, 비누만을 사용한다. 머리를 감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모두 해당된다. 


내가 비누를 사용한 것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 비누를 쓰게 된 계기는 내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그리 풍성하지 않은 머리숱은 어찌 된 것이 샴푸만 만나면 착 가라앉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 멀리서 보면 수영모를 쓰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머리카락은 상당히 부드럽지만 볼륨을 위해 굳이 드라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눈에 계속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한 엄마의 권유로 비누를 영접하게 되었다. 


예전에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너무 뻣뻣해져서 빗을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요즘 비누는 달랐다. 기술의 발전 덕분인지 비누로 감았는데도 뻣뻣하지 않고 아주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드라이를 하지 않아도 잘 말리기만 하면 볼륨이 저절로 생겼다. 나에게는 귀찮은 일이 하나 없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비누로 머리를 감아도 좋다는 결론이 나니, 그다음부터는 거의 올인원 상품처럼 쓰게 되었다. 샤워할 때 다른 제품은 필요 없다. 그냥 비누 하나만 있으면 된다. 쓰고 나면 보들보들하고 일단 과한 향이 나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목욕용품으로 비누 하나만 쓰면 좋은 점은 또 있다. 여행 갈 때 가방의 무게를 한껏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나는 여행 갈 때 로션이나 샴푸 등을 따로 소분하지 않고 통째로 가져가기에 더 크게 와닿는 장점이다. 설사 소분을 하더라도 액체류의 무게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상당하기 때문에 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덤으로 플라스틱까지 줄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내가 처음 비누에 입문했을 때까지만 해도 샴푸바나 바디워시 대용으로 쓰는 비누의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좋은 성분과 더 많은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물론 입문 과정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큐에 해결이 가능하다. 귀차니즘 톱티어 레벨의 인간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더 고민 말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전 도브의 뷰티바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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