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시도하는 첫 단추
침대로 파고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누인다. 이불에 닿는 새끼발가락이 따끔하다. 몸을 일으켜 살펴보니 발톱에 깊숙하게 금이 가 있다. 이걸 왜 지금에야 느꼈을까. 잠시 내 몸에 미안해진다. 오늘에서야 통감각을 전달하는 너는 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었구나.
새끼발가락은 발가락들 중에서 가장 작고 연약하다. 엄지발가락이었다면 대뜸 알아채고 반창고로 적절하게 품어주었을 텐데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작은 발가락에 연민이 인다. 걷는데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떤 상황인지 알기도 힘들다.
새끼발가락의 이런 상황은 오래전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기억나게 했다. 그저 묵묵히 제 할 일만 해내는 걸로는 부족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알려야 한다. 동료가, 팀장이, 회사가 눈치채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말이다.
금이 가거나 부서지기 전에 내 의사를 전달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떤 문제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실에서는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의사 전달을 했지만 받아들여지기 힘든 조직, 상호 간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가 기대되는 조직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을 바꾼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또 커다란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힘들다고 외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도움을 요청한 상태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상대가 제시하는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독이며 참아오다가 의사표시를 하는 시점에 다다르면 합의를 할 여력은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수락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개개인의 센스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려 노력하는 장기전에 돌입하거나, 흔쾌히 KO패를 인정하고 맞춰주거나,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만두거나. 또는 복합적 형태가 되기도 한다.
-희망은 없다! 다른 회사를 구할 때까지 이 회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맞춰주는 '척'하기
-패배를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변화를 고수하기
-조금씩 바꾸려다 지쳐서 그만두기
-바꾸려다 지쳐서 회사의 방식에 맞추어주기
토머스 에디슨은 “시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더라도 그것은 또 하나의 전진이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발톱에 금이 갔음을 알아챘다면 반창고를 붙이고 후속조치를 취할지, 바로 잘라낼지, 미루고 방치해둘지 결정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단 한 걸음이라도 전진하는 방향이길 바란다.
변화가 필요하면 어떤 형태로든 시도해야 한다.
나의 상황을 알려 적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 보자.
아직 여력이 남아있을 때, 너무 늦지 않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