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마인드란

받은 만큼 일하자 vs 무조건 열심히 하자

by 크리스틴

임원: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직원: 바뀔 수 있으니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임원: 역시~ 자네는 회사의 대단한 인재일세!!!

모두: (하하하하핳)




세상의 모든 임원들, 윗사람들은 오래 살지 않을까?! 함께 일하는 동료와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수시로 킥킥댔다. 자주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하는 임원을 안주삼아, 차곡차곡 적립된 스트레스를 푼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획서의 문구와 이미지 콘셉트가 바뀐다. 어차피 바뀔 거, 진도를 최대한 천천히 나가는 게 정신건강상 이로우니 빨리하지 말자고 실무자끼리 합의를 본다.


또, 정확히 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한다. 월급 1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300만 원 받는 팀장보다 일을 더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도 한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적은 대가를 받고 더 많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건 자본주의에선 손해보는 행동이다. 이런 직장인의 마인드는 때로 욕을 먹는다. 그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하며 살아봤자 결국 이득을 보는 게 있겠냐고 타박한다.


나도 회사에 따라 입장을 왔다 갔다 했다. 칼 같이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맞추기도 하고, 어차피 야근할 거니까 낮엔 티타임도 가지며 여유롭게 하자는 분위기에 맞춰보기도, 프로젝트가 내 생명줄인양 업무에 파묻히기도 했다. 그러나 짬밥이 적은 주니어일 땐 보통 회사의 분위기를 먼저 살필 수 밖에 없다. 돈 받으며 실무를 익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경험상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건 도움되지 않았다.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것도, 몸 바쳐 가며 일에 올인하는 것 모두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선 한 사람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려면 4대 보험 등 기타 비용이 더 들지만 이런 것까지 고려할 여유는 없다. 어쨌든 나의 노동력이 필요해서 고용했을 테니까. 100만 원이 얼마큼의 업무량을 의미하는지 각자 다른 기준을 가질 것이다. 내 월급은 늘 작다(...)고 생각했기에 받은 만큼 일하자는 마인드는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은 손해를 보는 지름길로 인도한다.


또,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먼 거리를 통근하며 야근을 밥 먹듯 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 1인 기획자로서 대표 경력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과 내 마음대로 설계해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나를 프로 야근러로 만들었다. 당연히 나를 지켜보는 윗사람들의 평은 매우 좋았다.

'어떻게든지 결과를 내주실 거다- 열심히 하시니까 믿고 맡길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칭찬에 중독되면 답도 없다. 망가지는 건 몸뿐이고, 처음 꿈꾸었던 욕망과 재미는 지속적인 칭찬과 인정에 어느 순간부터 변질되기 쉽다.


업무에 몰입해서 과하게 지속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번아웃이 올 확률이 높아지고, 월급날만 기다리며 칼퇴근 하기엔 하루가 무의미한 것 같다. 대체 어떻게 해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일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줄타기'다. 줄타기의 사전적 의미 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함.'이라고 풀이된 항목이 있다. 약삭빠르고 얌체 같은 느낌이 풍기지만, 나는 이 문장을 대입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양쪽을 번갈아 오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재해석하고 싶다.

ex. 업무를 빨리 끝내버리고 싶지만 페이스를 조절해야겠어,

ex. 요즘 업무시간에 농땡이 좀 쳤으니 월급 받은 만큼은 일해줘야지,

ex. 일정이 촉박해서 맞추려면 최소한 한 달치 야근을 해야 할 텐데... 일단 업무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어. 급하게 처리하느라 오류투성이인 거보단 낫잖아? 일정은 조절이 필요하다고 알려줘야 해.


짬밥이란 다른 게 아니다.

나를 알고 업무와 회사를 아는 것,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위기에도 어떻게든 버티기,

직장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내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내가 버티지 못한다면 월급, 업무, 경력 등이 다 무슨 소용인가. 역시 밥벌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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