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론 시폰 케이크
목도리를 돌돌 싸맨 다소곳한 밤들. 간밤 내린 눈을 보려 모두 모였다. 눈이 두툼히 쌓인 곳을 부러 찾는 동안 동이 트기 시작한다. 호수같이 고요한 아침, 시간을 밟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
자주 가는 카페에서 오랜만에 시폰 케이크를 먹었다. 보늬밤이 일렬로 나란히 놓인 귀여운 케이크다. 갈색빛 코트에 베이지색 목도리를 싸맨 모습. 겨울을 반듯이 맞고 있다. 느낌표로 끝나는 문장처럼 경쾌한 시폰 시트를 슬쩍 떠먹은 다음, 따뜻함이 응축된 밤크림을 듬뿍 먹고 마지막엔 달콤한 생크림을 삼켰다.
차갑기만 한 단어들, 겉도는 안부들, 버려야 할 일들을 자꾸만 포개기. 내게 겨울은 과발효의 계절이다. 종종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땐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는다. 윤슬이 코팅된 반짝한 보늬밤 같은 것들. 무르지만 제법 단단한 것들. 달콤하고 맛있고 소중해서, 한 개 먹고 또 먹고 싶은 욕망을 지긋이 바라보는 일로 대신하게 되는 것. 12월 어느 눈 내리는 겨울 아이보리색 머플러를 두르고 먹었던 마론 시폰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