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와보지 않은 거리
서촌의 조금 구석진 골목을 걸었다.
햇볕을 쬐며 이곳저곳 발을 옮기니 따스했던 햇살도 점점 따갑기 시작했다. 때마침 마중 나온 가을바람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더위를 슬쩍 어루만져 준다. 모퉁이를 돌자 이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카페가 보였다. 사람이 많아 서로 장난치며 밖에서 웨이팅을 하곤 했었는데, 웬일인지 앞마당이 휑하다.
어스름한 저녁이 깔린 듯 고요하고 어두운 외관.
설레던 모든 것들은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을 꺼내 보았다. 희뿌연 하늘, 가벼운 빗줄기, 처음 듣는 마을 이름, 여전한 가로등과 녹색 숲.
들에 깔린 비닐하우스를 스치자 유년시절의 어느 부분이 떠올랐다. 모순적이게도 가장 공허할 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기억이 일부 벌거벗었을 때 극도로 낯선 마음이 된다. 과거의 기억은 모두 현재에 머무르려 하고, 가장 사랑했던 시간을 회피하려던 순간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