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요일 04.

변하는 것들에 대해서

by 빵챙

계절이 또 한 번 바뀌고 그새 머리가 많이 자랐다. 매미 소리가 한철 뜨겁게 지나가고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맞으니 기분이 묘하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날씨 탓에 출근길 묘한 기분이 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던 내가 이젠 매일 아침 칠흑같이 어두운 커피를 마신다. 씹으면 툭 하고 터져 나오는 상큼한 즙이 싫어 입에도 대지 않았던 방울토마토는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 됐고, 상큼한 맛의 레몬 케이크와 녹차의 씁쓸한 맛을 좋아하게 됐다.


어느 순간 변하고 있고 또다시 변해가고 있다. 즐겨가던 카페가 없어진 자리에 새 간판이 들어서고 대학생 시절 늘 붙어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친구와 드문드문 해졌다.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사무실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다. 한때 내 소중한 부분까지 공유했던 시간을 살던 사람과는 침묵만이 남게 되었고, 그 사이 나는 또 다른 환경에 익숙해졌다. 이전엔 변하는 것들 속에서 불안하고 원망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그래서 자꾸 곱씹어보고 되돌아보게 됐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때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취향이 변해가는 내가 신기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해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팠다.


무더위가 지나고 찾아온 선선한 날씨 속에서 맞는 여름의 추억, 자주 가던 단골 가게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남아 돌아다니는 선명한 과거의 기억들, 떠난 뒤에 남겨진 마음 등 무수히 힘없는 감정들이 눈앞을 빽빽이 채우고 있었다. 해가 바뀔수록 성숙은커녕 나의 말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갈구하게 됐고, 내 감정들을 앞세우기 바빴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갑작스레 바뀌어 버린 것들에 대해. 부끄러울 만큼 감정적인 나날들을 보냈다. 어린아이처럼 떼쓰고 화를 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물을 너무 많이 머금어 제대로 싹을 틔지 못했구나. 적당한 습기와 알맞은 온도를 이해하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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