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는 오후
생각이 많을 땐 몸을 움직이곤 한다.
끊임없이, 쉴 틈 없이 운동하는 뇌를 그나마 강제적으로 쉬게끔 하는 것이다. 빨래 바구니에 쌓인 옷가지들을 탁탁 털어 햇볕에 말리고, 방 구석 나뒹구는 퀴퀴한 먼지를 쓸고 난 후엔 시원한 물 한 잔 마신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무작정 걷는다. 고요한 거리를 밟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냈다. 녹슬어 페달을 밟을 때마다 기이한 소리를 내는 자전거지만 보다 신선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몸과 마음속 세포 구석구석에 환기가 필요했다. 상점과 아파트를 지나 비포장 도로로 향했다. 비닐하우스가 있고 잘 익은 호박이 매달린 시골길.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마리골드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오손도손 피어있는 길을 천천히, 그러나 활발히 달렸다.
목을 젖혀 바라본 하늘은 파랗다 못해 청량한 바다같다. 그로 인해 흰 구름이 돋보인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만큼이나 둥글게 또는 저마다의 모양을 하고 떠다니는 구름들. 부는 바람에, 조금씩 움직이는 시간에 곧 흩어질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달리고 벤치에 앉아 숨을 깊게 머금었다 길게 뱉어보았다. 달릴 때마다 보았던 풍경들이 아름아름 떠올랐다. 그리고 맞이하는 조용한 휴식. 모든 것이 이미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