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늬밤을 만드는 시간이 내겐 선물이다.
일본 만화 리틀 포레스트가 영화화되고, 김태리 주연의 한국영화로 다시 인기 몰이를 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인사동에서 서초로 이어졌던 나의 소셜쿠킹인 에밀리의 집밥시절로 거슬러가 보면, 내가 보늬밤을 만들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 전부 타였다.
알밤을 까는 일이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나의 엄마가 살아계셨던 한 참 전의 어느 해인가는 엄마께 드리려고 알밤을 한 ㄱ항주리 까고 나니 나의 두 번째 손가락의 감각을 며칠간 못 느끼던시간도 있었다.
아주 어렸던 시절, 미제 아주머니들이 집을 방문하던 1970년대의 내 기어 속엔 통 저림 통 안의 밤이 있었다.
아주 달달하게 조린 채 깡통 속에서 튀어나오는 그 알밤의 맛이란!!!
그 희미한 기억을 뒤로하고 나의 소셜쿠킹 시간에 만들기 시작했던 보늬밤(일본판 포레스트를 주제로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던 2017ㅡ2018년경)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는 맛이자, 나의 어린 시절 그 통조림 속의 밤 맛을 소환하곤 했었다.
2022년 난 한 해에 두 며늘아가를 가족으로 맞이했었다.
그 해 결혼 전의 두 새 아가들에게 선사한 나의 맛이 보늬밤이었다.
얼마나 맛나하던지, 다시 그 해부터 가을이면 난 또 밤들과 씨름을 벌이곤 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음식을 만드는 시간들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 어쩌면 나 자신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시간들이 돼주었다.
음악으로 표현하던 꿈을 마지막까지 완성치 못한 내 마음속미련이 어쩌면 그렇게 음식으로 표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종갓잡 장손 며느리로서 , 개성 시모와 시조모를 둔 나로서 겁 없이 음식을 접하던 용기 덕이었는지, 90년부터의 일본 시절, 유난히 음식을 좋아하시던 카와카미 목사님과 마사코 사모님 덕이었는지, 아니면 센다이 크리스차펠교회의 모든 일본인 교인들 덕인지, 난 어쩌다 일본 가정 속 깊숙이 들어가 5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몸에 그냥 배어 버렸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미시간으로의 중년의 나이에 이사를 했었다가 그곳에서 만났던 현지 일본 학부모들과의 시간 속에서 다시금 접한 그들의 음식 문화가 더해진 탓인지...
아무튼 밤을 껍질 채 소금물에 담갔다가 살살 거, 껍질만 벗겨내고 메이킹소다에 알밤들을 담가두고, 다음 날 그 밤들을 3번에 걸쳐 끓여 냔 뒤이쑤시개로 깊은 줄기들을 벗겨내고, 양념들을 더해 정성껏 조려내는 그 시간이 올 곳이 내겐 힐링이란 말이다.
그렇게 만든 나의 보늬밤들은 나의 소중한 두 며늘아가들에게, 나의 친한 벗들에 개, 지인들에게, 안사둔들에게 전달되곤 한다.
물론 나와 옆지기 몫도 당연히 존재한다.
어느 날 문득오차와 보늬밤 한 알을 놓고 바라보는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선사받는 나이다.
사진들을 정리하다 갑작스레 보늬밤의 추억이 나를 지금 멈춰 세우고 자판을 두들기게 해 버렸다.
보늬밤은 나의 어린 시절에도 통조림깡통으로 나와 함께 해 주었고, 중년의 나에겐 그 과정자체로 나와 함께 해 주었다. 조만간 맛있게 저장된 밤을 찾아 다시 한번 만들어야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