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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Mar 28. 2021

잘 살고 있는 걸까?

신사업 리더로 살아가기 9개월째!

한 달째 운동을 못했다. 하루 업무를 열심히 해서 퇴근 시간을 맞춰놔도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겨서 또다시 야근에 돌입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그날의 업무들로 헬스장 문을 닫기 전에 집으로 출발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시간들이 지난 3주간 거의 매일같이 반복됐다. 이 정도 되다 보니 운동을 안 하는 것이 몸에 익어간다. 처음에 운동을 안 해서 몸이 뻐근하더니 이젠 운동을 하면 몸이 아프다. 


그에 비례하여 몸은 더 굼떠졌다. 숨이 차고, 조금이라도 격하게 움직이려는 것에 반항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하지 않고 그럭저럭 자꾸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잠기지 않는 허리춤은 애써 모른 척하려 해도 매일 아침마다 힘들다. 그래서 요즘엔 체중계에도 올라가지 않는다. 


역시 마찬가지로 짜증은 더 많아진 듯하다. 몸이 개운하지 못하니 머리도 무겁고 그렇다 보니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럴수록 당이 땅긴다. 간식뿐만 아니라 달달한 음료, 중간중간 저작운동을 통해 내게 보상한다는 빌미로 뭔가를 지속적으로 입에 넣고 있다. 그렇게 다시 몸무게는 늘고, 운동은 안 하고, 심리적 우울감에 당을 섭취하고... 그렇게 개미지옥의 무한반복으로 나를 갉아먹고 있다.


그러니까 야근을 왜 하고 그러느냐? 야근 안 하고 집에 가서 운동도 하고 나를 돌아보면 되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신사업의 총책임자다. 내가 결정하고 처리하고 살펴야 하는 일들이 하루에도 100개쯤 되는 듯하다. 소화 안된 음식물처럼 위에, 정리 안된 이론들처럼 머리에, 잔뜩 결린 근육통처럼 어깨에 책임감 덩어리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느낌이다. 론칭 일정은 정해져 있고, 늘 그렇듯이 그냥 제대로 넘어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윗 분들은 너무 많이 생각하시고 (물론 정말 무릎을 탁 칠 정도의 인사이트도 주신다. 내가 까맣게 잊고 있던 부분도 귀신같이 콕 집어주시긴 한다. 하지만 종종 순전히 본인의 호기심 또는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어 그거 대응하기도 헉헉이다.) 주변 업무를 하다 보면 정작 메인 업무는 새벽 아니면 야근, 주말밖에 남지 않는다. 


과연 잘 잘고 있는 걸까?


주중에 산화되고 주말에 넉다운으로 좀비가 되어 있는 삶.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지만 살인적인 것에 휩쓸려 쓰나미에 허우적거리는 느낌.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정기적으로 상담받는 상담 선생님도 인정한 우리 엄마의 말을 빌자면, 내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그려려거니...' 하면 되는데, 못 견뎌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나?


좀 징징거리면 풀리니까, 엄마한테 이런저런 말도 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게 못 견뎌하고 있었나 싶다. 


신사업이라는 것, 무엇인가를 이뤄내고 성취해 가는 과정이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나중에 올 승리의 쾌감을 상상하며 기꺼이 불나방이 되기로 했었다. 그래서 몰입했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일정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종종 현타가 오는 시점이 되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그나마 나의 발을 멈추게 한다, 생각을 조금 쉬게 한다. 


다 그만둘까? 

욜로를 외치면 뛰쳐나가기엔 나는 이미 기성세대 축에 들고, 꼰대로 평가받게 될 위치이고, 그냥 이 자리에서 묵묵히 감당하기엔 약간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로라도 하소연을 풀어본다. 


그나마 '내가 잘 살고 있나? 건강한 정신상태인가?' 이렇게 되뇌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직은 제정신인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스스로 다독여 본다.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감사하다! 또 힘을 얻고, 잘 살고 있다고 보고, 일단 킵 고잉 해보기로 한다!


다들 잘 살고 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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