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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May 14. 2021

질문을 위한 조짐을 보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진의 빈도가 잦아지고 피해도 크게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진이 발생하고 나면 여기저기서 제보되는 지진 발생 전 조짐들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어떤 곳에서는 두꺼비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을 봤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개미나 쥐가 떼 지어 움직이는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바다에서는 대형 갈치나 대형 오징어 같은 심해어들이 바닷속 단층 변화에 불안한 나머지 바다 표면으로 올라와 발견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3월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거대한 갈치가 여러 마리가 발견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4월 19일 동해상에 4.3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앞서 4월 7일에 동해에서 4.2m 크기의 대형 갈치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동물들의 반응에 대해 학계에서는 찬반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동물이 사람보다 감각기능이 더 민감하다는 것에 긍정한다. 

이것은 동물이나 식물이 뇌가 아니라 몸으로 정보를 소화하기 때문이다. 동물이나 식물은 몸에 많은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같은 감각기관이 있다. 우리는 다른 동식물들이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보잘것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보다 더 빨리 조짐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을 보면 결코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다. 두꺼비가 지진을 감지하고 연어가 남대천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의 길을 지도 없이 거슬러 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동물은 느끼는데 사람은 못 느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도 가끔 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시골 부모님의 이른 아침 전화의 내용은 비슷하다. 어젯밤 꿈자리가 사나우니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이 무의식의 꿈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우리도 간밤의 꿈이 좋지 않으면 불길한 예감이 들고, 이미 예견된 것처럼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꿈이란 무의식의 상태에서 조짐을 느꼈지만 무시했을 때 그렇다. 그렇지 않고 매사에 조심하여 아차 하는 순간을 넘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감각기관도 이렇게 조짐을 느끼고 예견한다. 

우리의 오감은 매 순간 약 1천 1백만 개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정보 중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는 매 순간 약 40개에 불과하다. 왜 우리는 40개밖에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의 뇌는 정보가 들어오면 분석하고, 분석하는 것만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10,999,960개의 정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우리는 이 정보 중 많은 것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처리하고 있다. 사고는 늘 그렇게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 발생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조짐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을 1:29:300 법칙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재해의 비율이 그렇다는 것이다. 즉, 300번의 사소한 조짐을 무시하고 내버려 둘 경우 1번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해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일도 그렇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이다. 그것이 좋은 상황이었든 나쁜 상황이었든 말이다. 이 말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조짐을 느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대부분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반복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일은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과거에 진행했던 일이라고 하여도 시간과 공간의 상황이 바뀌고 사회적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험이 쌓은 당연함의 결과다. 

이미 알고 있다는 당연함이 감각기관의 느낌을 무시하게 한다. 사실 경험으로 인해 동물적 감각은 더 살아난다. 흔히 직장 상사들이 더 촉이 살아 있는 것도 경험으로 얻어진다. 그런데 상사일수록 사건이 난 후에서야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 것은 머리의 이성적 판단이 감각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신념이 사건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감각들이 사건이란 현장을 떠난다. 그러므로 조짐을 보려면 당연함을 버리고 의심해 봐야 한다. 그 순간이 우리 몸의 감각기관들이 열리는 순간이다.     

한비자도 <한비자-제21편(유로)>(한비자/김원중/휴머니스트)에서 작은 조짐을 조심하라고 한다. 그가 말하기를,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이루어지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사물을 제어하려면 미세할 때 시작해야 한다. 천 장이나 되는 제방도 땅강아지와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인해 잿더미가 된다. 그래서 백규(白圭: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으로 물을 다스리는 일에서는 우나라 임금보다 앞선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인물)는 제방을 순시하다가 작은 구멍을 막았으며, 나이 든 사람들은 불씨를 막기 위해 굴뚝 틈새를 막았다. 이 때문에 백규는 수해를 당하지 않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화재를 당하지 않았다. 이것은 쉬운 일을 조심하여 재난을 피한 것이며, 작은 것을 삼가서 큰 재앙을 멀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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