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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May 15. 2019

4화_ 공짜로 구경한 피렌체

공짜 교통, 공짜 숙박, 공짜 가이드?!

정착한 지 일주일,

슬슬 여행 욕심이 생길 때였습니다.


스위스에서 2박 3일 동안 주말여행을 떠난 것처럼

저는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피렌체에 다녀올 계획이었어요.

돈자니를 만나러 오는 길에 밀라노와 피렌체 역에서 환승만 했지 도시 구경도 못해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주말이 다가와도 떠나기가 싫은 거 있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반드시 피렌체에 가야겠다는 욕심이 사라졌습니다.

카스텔 델 피아노에서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했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도 늘 새롭고 행복한 일이 생긴 까닭이죠.


특히, 같은 여행자로 이곳에 온 미국인 코너는 저와 순식간에 단짝 친구가 됐습니다. 항상 함께 다니고 청소년들과 웃고 떠들었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게 좋았고, 이미 친한 친구와 한층 깊숙이 친해지는 건 더 좋았습니다.


매일 같은 장소에만 머물렀다면 지루했을지도 몰라요.

그럴 새도 없이 돈자니는 우리를 데리고 두세 시간 동안 짧은 마실을 갔습니다.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돈자니표 짧은 여행을 말이죠!

퇴근한 돈자니 신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이름 모를 새로운 성곽 마을이 나타났다. 신부는 그곳에 멈춰 어김없이 우리를 안내했다. 본인은 분명 질리도록 왔을 텐데..

"윤, 코너. 너희 둘이 이번 주말에 피렌체 갔다 올래?"

돈자니가 대뜸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심지어 친구가 피렌체에서 숙소를 운영하고 있어 자신이 말만 하면 공짜로 재워줄 거래요. 아니, 지금까지 남다른 호의와 접대를 받았는데, 이제는 공짜 피렌체 숙소까지? 뜻밖의 주말여행이 이렇게 호스트의 말 한마디에 시작됐답니다.


여행 당일, 우리는 돈자니의 빨간 소형차에 몸을 실어 고속도로를 내달렸습니다. 산골마을에서 벗어나 평탄한 도로를 달리니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모처럼 룸미러에 걸려있던 십자가 묵주도 가만히 정숙을 지켰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묵주가 시계추처럼 요란하게 흔들리곤 했는데 말이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돈자니는 일이 바빠 저희와 함께 놀지는 못했다는 거고,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피렌체에서도 원주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바로 이스라엘 청년, 론으로부터요.


론은 제가 첫날 이곳에서 만났던 또 다른 여행자로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피렌체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며 능숙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죠. 저는 도착 첫 사흘 동안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론도 1년 전 돈자니 밑에서 한 달간 워크어웨이를 했데요. 

그때는 청소년들과 다 함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답니다.

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청소년들과 함께?!

그 긴 발자국 속에서 얼마나 뜨거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모처럼 산골 마을에 다시 돌아온 론은 청소년들과 눈물겨운 상봉을 했어요. 며칠 뒤 학업을 위해 다시 피렌체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저는 아직 청소년들과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그런 온도 차를 눈앞에서 보니 조금 서글프긴 했지만요.


어쨌든 그런 그가 피렌체에서 직접 가이드를 해주겠다는데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디를 가나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니요. 여행 동안 신세만 잔뜩 지는 것 같습니다.

피렌체의 명물, 베키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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