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게 이별은 짧게'라고 했던가.
길게 했던 사랑은 기억에 없으니 그런 사랑의 경험이 없던가 잊혔든가 싶다.
2월이 떠나며 짧은 이별이 내게 왔다.
10여 년간 정신없이 바빴던 나의 두 다리가 되어주던 애마를 떠나보냈다.
긴 시간 나름의 관리와 애정을 주며 함께 했던 녀석은 내게 온 후부터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 주인의 관심을 끌던 잔고장의 주인공이었다. 실력 좋은 정비사를 찾아 검사와 치료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명차로 만들려고 애썼다.
오지랖파 주인덕에 서울로 지방으로 사방팔방 다니며 숨 가쁜 일정을 함께했고 유별난 나의 갱년기도 잘 다스려준 해결사이기도 했다.
나만의 공간인 차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고래고래 따라 부르며 쌓인 화를 풀었고 라디오 노래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되지도 않는 넋두리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도 보았다. 차창 밖 벚꽃에 감탄하고 흩날리는 눈송이에 중얼거리는 나를 묵묵히 받아주던 절친이고 동지였다.
자꾸 힘들다고 삐그덕 대는 녀석을 손보기가 버거워지며 팔팔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주인으로 가책이 느껴졌다면 핑계일까. 나도 내차도 잘 나가던 젊었던 그때의 그리움이 이별을 결정한 이유라면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그만 떠나보내자 마음먹은 날이 얼마 되지 않아 원하는 새 주인후보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나는 그중 가장 먼저 찾아온 이를 새 주인으로 정해버렸다. 제안한 조건을 두말없이 받아들인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보며 후회가 밀려왔다.
"10년을 함께 한 베프였는데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