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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일상, 선물이 되다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

by 가히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20년 절친이 있다.

미국에 사는 딸이 둘째를 낳아 산후 회복을 도와주러 떠난 지 두 달, 언제쯤 돌아오려나 싶던 휴일 아침 내 전화기 화면에 그녀의 이름이 반짝 떠올랐다.


“자기야, 언제 왔어?”


반가움에 서둘러 전화를 받은 내게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수요일에 왔는데, 아오! 집안이 엉망이라 청소랑 빨래에 치여 이제야 정신 차리고 전화했어.

얼굴 봐야지.”

“당근이지~! 맛있는 점심 먹자"


남편 점심을 서둘러 차려놓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두 달 만에 마주한 우리는 마치 몇 년 만에 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서로를 반갑게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딸의 둘째를 맡아 키우느라 두 달여 동안 잠을 잘 못 잤다는 친구의 얼굴이 홀쭉해 보였지만 활짝 웃는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순두부찌개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우리는 주말마다 들리던 카페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른 우리를 반기는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두 아줌마의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었다.

두 달 만에 마주 앉아 나눈 대화는 멀어진 시간을 단숨에 메우고도 남았다.


평소 그렇게 어렵던 다이어트가 두세 시간마다 깨는 손녀 돌봄으로 잠을 설쳤더니 3kg이나 빠졌다며 친구는 깔깔대며 웃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우연히 알게 된 딸의 산후 도우미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 감사하다는 말에 우리는 세상인연의 놀라움을 말하며 공감했다. 그녀의 아들, 딸 이야기에 시시콜콜한 일상이 더해지며 두 여자의 날개 달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서로의 삶이 다르지만 닮아 있는 우리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름 햇살이 뜨거운 창밖의 오후가 어느새 서늘히 내려앉은 이른 저녁이 되고 있었다.

감사한 하루로 더없이 좋은 9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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