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재 Sep 15. 2023

실외배변을 실내배변으로 바꾸는 방법

박가온 임보일기#3 나의 무지 

임시보호 5일 차, 실수를 통해 큰 교훈을 얻다.


가온이가 성공적으로 실내에서 소변을 보는 데 성공했다. 배변패드 위에 정확히 안착했고, 마침 지켜보고 있어 적절히 칭찬도 해주고, 신나게 산책도 다녀왔다. 그 이후로는 한시름 놨다 싶었는데, 다음 날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 계속 냄새를 맡으며 패드 위를 맴돌며 엉거주춤 자세를 취했다 말았다 하는 게 영락없이 똥 마려운 강아지 꼴인데, 몇십 분 동안 반복만 할 뿐 볼일을 보지는 않는 것이다. 


아니 눕는 데 아니고...

급기야는 계속 앉아 있다 패드를 돌다를 반복하다가 낑낑대기 시작한다.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검색해 보는데, 낑낑대며 배변을 참다 내장이 터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이러다 크게 잘못될 수도 있겠다 싶어 허겁지겁 줄을 채우고 밖으로 데리고 나섰다. 복도에서부터 참지 못할 기세라 번쩍 안아 들어 버린다. 엘리베이터를 무사히 통과하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내려뒀더니 참아왔던 똥부터 발사하기 시작한다. 너무 충격적이었던 것은 배변을 보면서도 고통스럽게 깽깽 대던 그 모습.. 얼마나 힘들게 참았으면.. 미안함이 사무쳤다. 그렇게 한동안 정말 그 마른 몸 어디에 차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대변을 내보낸 후에야 가온이는 평정을 되찾았다. 실내배변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정말 사람의 욕심이구나. 내가 잘못했다 가온아.. 




실외배변이 편한 아이에게 실내배변을 강요하는 것은 학대와 다름없다,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내가 참으로 안일하게 실내배변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은 우선 가온이가 처음 집에 와서 두어 번 정도 대소변을 실내에서 보았고, 산책을 다녀온 이후에도 소변을 집 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또 이전에 키웠던 아이들이 모두 실내배변에 익숙했으니 사실 강아지가 똥오줌을 참다가 밖에서 싼다는 개념 자체가 잘 와닿지 않기도 했다. 큰 실수이고 착각이었다. 무지로 인해 가온이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다니.. 어제 유독 낑낑거려서 분리불안이 생겼나? 싶었는데 사실 녀석은 제발 밖에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드가 여기 이렇게 많은데 대체 왜 참는지 답답하기만 했는데, 정작 답답하고 멍청했던 것은 나였다. 


실외배변이 편한 강아지들은, 어쩔 수 없이 실내배변을 해야 할 때 마치 사람이 침대에 똥을 싸거나 바지에 실수를 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온이는 그 패드에 배변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강아지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싶지 않아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멋진 녀석.


무튼 이 일이 있고 나서 가온이는 실외배변을 할 때 행복한 강아지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루에 2번 이상 꾸준히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입양처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가온이가 행복하고 편한 것이 최우선이니까. 최고급 사료와 간식, 명품 용품들까지 갖다 바치지는 못하더라도 하루 두 번 산책쯤이야, 반려동물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비하면 그건 정말 인간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아닐까. 




실제로 미국은 실외배변을 하는 강아지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인이 아프거나 바쁠 때 등에 대비한 산책 알바 문화도 활성화되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강아지의 산책은 기본권으로 완벽히 인식되지는 못하는 듯하지만, 빠르게 반려동물 문화가 개선되고 있고 산책 알바가 가능한 서비스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아침에 가도 되고, 점심, 저녁에 가도 되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나가도 그들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나가줘서 고마워할 뿐. 매번 산책을 한 시간씩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배변을 보는 시간은 5분, 아니 1분만 줘도 사실 충분하다. 


아무리 우리가 바쁘고 힘들더라도 똥오줌은 꼬박꼬박 잘 싸는 것처럼, 강아지의 배변권도 인정해 주자. 


산책 좋아


실외배변을 실내배변으로 바꾸는 방법을 검색해 보면 강형욱 훈련사가 사실상 '그러지 말라'라고 말하는 영상이 위에 뜨는데, 실망감과 분노로 가득 찬 댓글이 주르륵 달려 있다. 솔직히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무슨 솔루션이지? 싶었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이해한다. 진심으로 강아지를 사랑하고, 또 수많은 케이스를 보았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단호하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나도 이렇게 제목을 달아본다. 검색해서 들어오셨을 분들께는 원하는 답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제가 이미 현존하는 모든 영상과 글들을 찾아보았는데요, 10시간 넘게 버티며 실내배변을 거부하는 아이들은 그냥 밖에서 싸게 해 주세요. 그러면 더 고마워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임시보호가 더 궁금하다면? 

https://pimfyvirus.com/


매거진의 이전글 임보 강아지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