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낮잠은 처음이지?

by 헤일리 데일리

이제 어린이집 2세 반이 되는 호두. 그동안 점심을 먹고 하원을 했었다. 아이가 잠에 예민해서 낮잠 자길 거부하고 버텼기 때문이다. 태어나서부터 그런 성향을 가졌었던지라 나는 24년 3월에 입소를 할 때부터 그냥 일찍 하원을 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었다.


무엇보다도 이른 하원을 택하게 된 계기는 어설프게 공부한 육아서에 있었다. 36개월 전까지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 엄마랑 함께 하는 게 좋다는... 엄마와의 애착 속에서 발달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다는 뭐 그런 내용?! 그래서 36개월까지는 그냥 내가 데리고 있으려고 했다. 돌이 지나서도 어린이집 대기를 넣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애를 원에 보내게 되었냐고? 36개월부터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되니까 일단 신청을 했다. 그런데 저출산의 영향인지 입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생각보다 빨리 받았다. 이걸 포기하면 다시 원점부터 대기를 해야 했기에 고민 끝에 애를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25개월에 어린이집에 가지만 이른 하원을 하자는 나름의 타협점을 찾아서.


사실 아이를 일찍 하원시키면서 주변 엄마들로부터 약간의 오해를 받았다. 굳이 일찍 하원시키면서까지 유난 떠는(?) 엄마라고 말이다. 애를 어린이집에서 재워보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애가 낮잠을 안 자려고 하지 않겠냐고. 그런 반응에 나는 약간 억울했다. 졸음과의 사투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는 김호두 씨를 누가 알리오. 다른 아기들은 졸리면 밥을 먹다가도 졸고 자던데. 우리 애는 그렇게 졸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비몽사몽으로 계속 놀려고 저항하다가 혼자 고꾸라져서 피를 보고 마는 그런 성격이다. (의자에서 떨어져서 본인 치아로 입술을 찍었다.)


그런 성향인걸 알기에 선생님들께도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엄마인 나도 애가 낮잠을 패스하면 내 쉬는 시간이 사라져서 속이 터지는데... 선생님들은 오죽하실까 싶어서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께서는 호두의 그런 예민한 성향을 잘 이해해 주셨다. 그리고 일찍 하원을 하지마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이 낮잠 이불에 누울 때 호두도 한 번씩 누워보라고 권해주셨다. 아이가 낮잠 시간을 서서히 받아들이도록 노력을 해주셨던 것이다.


덕분에 호두는 새해를 맞아, 그리고 내가 일을 다시 시작한 까닭으로, 1월 초부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낮잠을 자는 걸 보면서 본인도 그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직 루틴이 몸에 밴 것이 아니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잠이 드는 것 같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배려 속에서 점차 안정감을 느끼고 낮잠을 자려함이 보인다. 많은 신경을 써주시는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늦게 하원을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 진작에 재울 걸 그랬나 싶다. 그리고 작년에 애가 멋모를 때 그냥 낮잠을 재웠으면 더 적응이 빨랐으려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들어가고 6개월을 내리 아팠던 걸 감안하면... 낮잠이고 뭐고 우리 호두는 밥 먹듯이 매일 조퇴, 결석이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작년 상반기는 감기, 폐렴, 장염, 중이염 등등 애가 정말 많이 아팠었다. 그러고 8월에 한약을 한 첩 먹고 나서 2학기 때부터 건강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에 빠지지 않고 나갈 수 있었고, 하원을 하면 나와 놀이터 원정을 나갔었다. 지금 생각하니 한창 날씨가 좋았던 가을에, 여기저기 아이랑 놀러 다녔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언제 또 그 시간이 오리오.




애가 낮잠을 안 자고 오겠다고 짜증을 내거나 울까 봐 아직은 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리고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불리불안이 올까 싶어 걱정을 하던 참이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요즘 호두가 나를 많이 찾는다. 평소에는 나 없이 할머니랑 잘 놀던 애인데, 이제는 내가 나가려고 하면 따라서 간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는 무조건 엄마랑 같이 자야 된다고... '엄마 껌딱지(엄껌)'의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그토록 힘들었던 18개월 전후 재접근기의 공포가 불현듯 떠오른다. 화장실 갈 때도 울고 따라왔던 엄껌 그 시기.


그래도 아이가 지금 이 정도로 적응력을 보여주는 게 어디냐 싶다. 아침에 어린이집 간다고 벌떡 일어나고, 하원할 때는 선생님과 웃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함을 느낀다. 그리고 많이 컸구나 싶어서 대견하다. 이 모든 게 그저 감동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가 또 한 번 성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