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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을 따라라

양날의 티니핑

by 헤일리 데일리 Jan 26. 2025

사브작, 사브작.


호두는 제법 혼자 놀기 시작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놀 때는 엄마, 아빠, 할머니 등등을 그렇게 부르더니 말이다. 이제는 사브작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아마 동생이 있었다면 동생이랑 놀았겠지? 이 점은 엄마가 미안하네.)


그러기까지 티니핑의 도움이 꽤 컸다. 특히 티니핑 퍼즐! 작년 여름 다이소에서 무심결에 사 왔는데, 아이는 처음부터 퍼즐 맞추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예전엔 할머니와 둘이서 했었지만 이제는 혼자 척척 다 완성해 버린다. 삼촌과의 대결에서도 자신만만한 여유와 미소로 승리를 거머 줬다. 빠르게 퍼즐을 두는 걸 보니, 그림과 위치를 다 외운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생일에는 130 피스짜리 퍼즐을 사줄 예정이다. 다이소에서 5,000이면 되니 엄빠도 돈 굳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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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관심 없던 색칠 놀이도 이제는 앉아서 열 페이지는 뚝딱이다. 색연필을 일필휘지로 휘두르며 티니핑들에게 색을 입히곤 한다. 애정하는 캐릭터들이라서 그런지 집중력이 장난 아니다. 아직 꼼꼼하게 칠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얌전히 앉아서 하는 게 어디냐 싶다. 문제는 배색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다 칠하고 보면 결과물이 너무 무섭다. 옆에 나온 도안을 따라서 색칠해 보라고 말하려다가 창의력을 해칠 것 같아서 참았다. 그래. 지금 시기에는 창의력, 상상력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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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티니핑들에게 빠져있는 호두는 당연히 티니핑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TV 특성상 각 채널에서 했던 에피소드들을 보고 또 보고. 그래도 안 질리고 좋은가 보다. 한 번 보면 너무 빠져들어서 시청 시간이 길어졌고, 엄마로서 미디어 노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우리 집엔 TV가 없어서 물리적인 차단이 되지만, 친정에 가면 애가 넋을 놓고 만화를 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만 보고 끄자고 하면 아이는 울고불고... 악순환이 계속 됐다.


아직 아이 스스로 통제력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여서 나는 해결법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타이머를 떠올렸고, 타이머를 사서 정해진 시간에만 TV를 보도록 했다. 마침 눈팅만 하던 인스타 계정에서 타이머 공구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구매했다. 마침 댓글에, 유명템 중 하나인 '구글 타이머'보다 저렴해서 좋다는 글이 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따라 샀다. (고민하기 싫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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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귀여웠지만 알람 시간이 되면 요란하게 울리는 타이머는 효과가 아주 좋았다. 호두는 알림 소리가 나면 TV를 끄는 것에 동의를 했다. 단, 티니핑 방영 시간 중에 끄는 것은 아이의 반발을 살 수 있어서 되도록 피했다. 에피소드 하나, 또는 두 개가 끝나면 바로 알림이 울리도록 맞추고 단칼에 TV를 껐다. 타이머로 시청시간 통제가 가능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잘못한 점이 하나가 있다. 티니핑을 영어로 보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왕 미디어 노출을 할 바엔 영어로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가 된다. 애초부터 한글 버전이 있다고 알려주지 말아야 했는데. 용의주도하지 못했던 엄마의 반성 모먼트다.




 


아무튼 티니핑이 고맙기도 하고, 웬수 같기도 하고? 웬수 같을 때는 굿즈가 너무 많아서 아이가 이것저것 사달라고 할 때다. '파산핑'답게 굿즈 종류도 많고 값도 비싸다. 심지어 이번 '슈팅스타 티니핑'은 이전 시즌의 캐릭터들을 전부 교체해서 새로운 핑들로 갈아치웠더라. 상술이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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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교구나 책, 레고는 비교적 많이 사줄 있어도 핑들은 반대한다. 왜냐면 엄마도 쥬쥬랑 미미를 많이 가지고 놀아봤거든. 근데 하등 도움이 1도 안 되더라. 그래서 생각하고 놀 수 있는 열린 장난감! 이런 장난감을 사는 건 허용한다. 이게 엄마의 원칙과 소신이니 따르도록 하거라.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우리 웬만한 것들(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장난감들)은 다이소에서 해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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