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라고 쓰고 똘끼라고 읽는다.
요즘 새벽마다 딱 한 챕터씩 읽고 있는 <논어> 책.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게다가 옮긴이의 보충 설명이 와닿지 않는 해석도 있지만 그냥 개의치 않고 진도대로 나가고 있다. (참고로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에게 <논어>가 멘탈 관리 차원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참을 인 '忍'자를 세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용을 모르겠어도 그저 '내 한계려니' 하면서 여유롭게 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마침 오늘의 내용은 이랬다.
정말로 힘이 있는지 어떤지는 노력해 본 다음이 아니면 알 수 없어. 힘이 없는 자는 중도에서 쓰러지지. 쓰러져서야 비로소 힘이 달린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지.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고 엄살을 부릴 것이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노력을 다 한 후에야 힘들다는 토로도, 포기도 가능하다는 말씀. 문장을 읽으며 머리를 끄덕끄덕 했다.
저녁이 되어 우리 식구는 외식을 하러 나가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나서려는데 호두는 갑자기 책 더미를 바닥에 쏟았다. 이 무슨...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고 참을성 있게 말했다.
"우리 나가야 되니까 책 빨리 치우자."
그러자 호두는 드러누우며 투덜거렸다.
"나 너무 힘들어. 엄마가 해줘."
내 속마음: 너를 보는 내가 힘들다 즨짜!!!
나는 속이 터졌지만 또 한 번 참았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하면 애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와 살아가려면 훗날을 위해서라도 들어두라는 차원에서 그냥 내뱉었다. (생각보다 말이 술술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호두야, 공자님이 말씀하셨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라고. 너가 비록 지금은 힘이 빠진 것 같고 치우기 싫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건 우선 치우고 나서 생각해 볼 문제야. 우리 같이 정리 한 번 해볼까?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가 하나씩 갖다 놓으면 넌 두 개를 가져오는 거야."
"..."
아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책을 옮겼다. 난 더욱 친절하게, 인자하게 대응했다. 그건 마치 엄마의 똘끼이자 광기였다. 아마 초등학생 이상되는 아이였으면 엄마를 진짜 이상하게 쳐다봤을지도 모른다.
이런 나 자신이 나 조차도 웃기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논어>를 읽는 보람이 있나 보다. 그저 정신 수양의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믿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