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엄마 노릇

by 로엘라

오늘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드르렁 코 고는 소리까지 내며 잘도 잘 거면서 안 자겠다고 대성통곡을 하다 잠드는 아이를 보면 정말이지 만감이 교차한다.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갇혀 있다 집으로 돌아와선 좋아하는 장난감 몇 번 만져보지도 못하는 게 안쓰럽다. 그러면서도 요즘엔 한 시간 넘도록 실랑이하다 저녁식사는커녕 밀린 집안일에 압도되어 버리고 마는 내가 더 안쓰럽다.


며칠 전엔 새벽 세시에 일어나 두 시간이 넘도록 안 자는 연우를 달래다가 정수기 앞에서 눈물을 꿀꺽 삼켰다. 물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줄 물통을 찰랑거리도록 채우다가 ‘언제까지 이러고 날밤을 새워야 할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나는 엄마야, 엄마.’ 곧잘 써먹던 마법의 주문도 요샌

통하지도 않는다. 너무 자주 써서 약발이 다했나 보다.


남들에겐 차마 말 못 할 상상이 있다. 차라리 그런 나쁜 상상을 하며 나를 겨우 붙든다. 한 번은 친언니에게 흘렸다가 미친 x 소리를 들었다. 그 뒤로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엄마가 소리치면 아이의 뇌가 쪼그라든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도 모르는 문장을 염불처럼 되뇌며 이를 악문다.


다음날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나면, ‘그래도 어젯밤에 아이에게 소리 안 질러서 다행이다.’ 하고 스스로에게 셀프 칭찬을 해준다. 나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아이의 뇌가 쪼그라들지 않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정말 큰 일을 했다 내가.


작년의 육아를 되돌아보면 소위 ’발로 키우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인간의 자유의지조차 없던 똥강아지 시절을 그땐 왜 힘들다고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니 그때도 연우는 여전히 밤잠을 못 자서 새벽에도 열두 번은 깨긴 했다.


언제가 더 힘들었을까 자주 고민해 보지만 답은 늘 똑같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 과거는 과거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왜곡이 되듯, 지금은 지금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고난으로 폄하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잠든 연우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니 머리 한번 쓰다듬게 되고, 볼에 한번 더 뽀뽀하게 된다.


아이의 침대를 나서며 ’아휴 이놈의 짜식 정말..‘ 하면서도 마음은 홀가분하다. 쌓인 일에 몸서리쳐지지만 가장 큰 숙제는 끝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치 엄마 노릇을 해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울면서 쓴 글입니다.

그런데 활자가 되니 생각보다 고요합니다.

감정이 글을 통과하며 정리된 모양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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