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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Jan 25. 2024

영상미만으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까

립세의 사계

립세라는 폴란드의 한 시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칭송받는 야그나, 그녀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곳곳에서 혼담이 들어오고 있다. 마을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쫓아다니느라 바쁘지만 그녀는 하필 결혼한 유부남이 마을 최고 농부 집안의 아들인 안테크 보리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농사꾼인 이 마을에서 그녀는 그저 오늘도 종이접기를 하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미모는 그녀를 안테크의 아버지에게 시집가게 만들었고 그렇게 마을에서 제일 가는 마님이 되었지만 어째 그녀의 삶은 녹록치만은 않을 것 같다.


1. 러빙 빈센트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미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화된 명화를 보는듯한 영상미, 정말 신경쓴 티가 난다. 밀레의 만종,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 사실주의, 자연주의 미술 사조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다가 명화속 인물들이 살아움직였던 역사속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딱 보는 순간, 이 영화 러빙빈센트와 정말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아니나다를까 같은 감독이더라. 자신만의 스타일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유니크한 영화를 본 것 같아 좋았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 그 시절의 농업이 삶의 전부였던 마을 속 풍경을 예술과 접목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칭찬은 여기까지다.




2.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클리셰

나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유럽영화를 보고 있자면 운명적인 사랑의 노예라는 그 소재가 여전히 인기 소재인 걸까 싶을 때가 있다. 이 영화 속 여인은 미모를 무기로 남자들을 홀리면서도 진정한 사랑과 도피를 원한다. 모두가 농사일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그저 농장에서 누워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유부남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계시며 그 유부남의 아버지와 결혼했다. 모든 대사가 아침드라마 같았다. 난 그저 남자의 유혹에 이기지 못한 가련한 여인이라는 변명은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요새도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그녀의 사랑이 은밀하게 워너비라는 걸까 싶기도하다.  표출되지 않는 관객의 마음 속 이런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원작이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만큼 원작에 충실했던 지점도 있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이 보는만큼 여주인공이 조금더 자아있게 행동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혹자는 그렇게 되면 그녀의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녀가 마을에서 마녀취급을 당한 것은 마을의 부정을 그녀가 뒤집어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은 그녀의 행실이 너무 수동적이었고 주체성이 없이 상황에 끌려다녔기에 그녀가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마녀사냥이란 바로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불륜이라는 전제 앞에서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의 불행에 얼마나 안타까워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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