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임신하고 만삭까지 일을 했다. 만나던 아이들을 중간에 리퍼하는 것이 아니라 1월이 예정일이었기에 다행히 종결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가 아무런 탈 없이 잘 함께 해주었던 이유가 가장 크지만 말이다.
남편은 12월이 다 될 즈음 하던 일을 그만두고 퇴사를 했다. 원하던 일도 아니었고 즐거워하며 하던 일도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결혼할 즈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책임감으로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에 다니게 되었는데 결국 퇴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아내인 나의 동의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결혼 전-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 삶이 즐겁고 또 혹 어려울 지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수락 아닌 수락을 했던 것이었다.
아이를 남편이 주로 맡고, 내가 다시 일을 하러 나가기로. 또 그 시간에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공부와 준비를 하기로 말이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곧 30개월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그때와 비슷한 상태이다. 물론 남편도 그때와 달리 일을 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은 아니지만.
3개월 후 조금씩 일을 늘리기로 하고, 아이에게 중요한 이 시간 누군가 아이를 전담해 돌봐줄 수도 없었기에 오롯이 우리 부부가 책임을 감당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로 다짐했다. 당당히 “내가 500씩 벌어올게.”라고 큰소리치고 시작한 이 선택들이 출산한 한국 여성에겐 쉽지 않은 일임도 분명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한 남편의 선택도 남들이 보기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던 거 같았다.
13년 만에 출산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그만두고 나는 얼마 후 다시 복귀했다. 큰소리친 상황은 어디로 간채 이도 저도 아닌 듯 한 시간들이 흘러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도 남편의 퇴사를 다시금 찬성할 수 있는 까닭은 지금의 우리가 남들과 달라 보이지만 분명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다. 또 나의 아이가 행복하게 살길 원하기에 더디지만 삶으로 보여주고 싶은 바람뿐이다.
허상이 아닌 현실이, 뜬구름 같은 것이 아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며 아이가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