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는 벽이 있다

2023_이야포인트_05

by 이야
내 글에는 벽이 있다

그게 완벽이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장벽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여러 번 피드백을 받은 결과.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었다.

바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말.

처음에는 정말 그런가? 의문이 들었는데, 차근히 따져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후로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도 계속 체감하기는 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기원후 2년에 진행하는 이야챌린지(2024)에서는 다시 한번 이것을 염두에 두고 쓰겠지만, 그러지 못한 기원후 1년의 이야챌린지(2023)에서는 유독 높은 장벽을 쌓아 올린 글을 말해보고자 한다.

악녀라서 미안해

장르는 로맨스판타지이다.

아무래도 내 글에서 장벽을 많이 쌓아놓은 글은 로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판타지나 로맨스 등의 다른 장르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이전에도 말했던 나만 아는 세계로 구축해 둔 이러한 장르 속 이야기가 가장 들어오기 어려운 글이라고 짐작해 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어워즈에서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높은 조회수를 기준으로 한 방문상의 후보로 들어간 작품이기는 했다.

심사를 위해 쭉 살펴봤을 때 의외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 상은 놓쳤지만, 그럼에도 내 시선을 받았다는 의의가 있는 것이다.(?)

주인공 로슈아가 감옥에서 죽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로판에서 흔히 여는 포문이라고 생각한다.

으레 그렇듯 그녀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한 끝에 죽은 후 회귀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는 내가 항상 보던 회귀에 대한 의문을 털어놓는다.

로슈아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여인인 로아나의 대사 속 회귀는 과연 기구한 운명에 대한 보답일지, 아니면 이야기 전개를 위한 도구일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

보통 빼도 되는 부분이겠지만, 난 이런 요소가 좋다.

쓸데없는 얘기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에 이유를 짚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들어오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일까.

그렇게 장벽을 제대로 쌓아놓고,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는 로슈아와 헤르바의 관계가 나온다.

그리고 어쩌다 로슈아가 그렇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살짝 암시되어 있지만 뒷이야기는 없다.

애초에 '악녀라서 미안해'라는 작품의 제목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제목이다.

그때의 줄거리는 여러 악녀의 삶을 반복하며 깨우치는 로니의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제대로 쓰지 않아서 내 기억 속에도 희미해진 계획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 쓰인 내용은 로슈아의 것으로, 이야챌린지(2023)에서 처음 선보이는 로판이었는데 이후 작성되는 로판들을 두고 봤을 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도 있다.

처음부터 노리던 것은 아니었는데, 세계관이 같아도 무방하다 느꼈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서 뒤에 쓰이는 로판과 볼 때 로슈아의 시간대는 미래가 되는 양상이었다.

그게 작품 중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장편을 도전한다면 로판을 위주로 가고 싶어서 세계관 확장과 이야기를 추가로 작성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해당 글은 8월 26일 토요일에 쓰였다.


저주는 공녀의 몫

로슈아보다 앞선 시간대의 이야기로, 주인공은 헬레나다.

이 이야기는 환생 혹은 빙의를 소재로 한 건데, 연결된 세계관은 이번에 특별상을 받은 이세계로 보내는 트럭의 운전수가 있다.

정확히는 이제 원래는 자신의 전생을 모르고 살다가 어린 날에 전생을 떠올리게 되는 유형이다.

비록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헬레나를 자신의 세상으로 데려온 이는 엄연한 신이며 이 이야기의 남주다.

그 신은 현재 그녀를 무리하게 전이시킨 대가로 잠에 든 상태인데, 만약 이게 장편으로 연재된다면 남주의 등장이 아주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보통 3화 이내로 나오는 게 좋다고 한다.

이건 내가 추가로 3화까지 작성한 이야기인데,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어차피 아직 쓰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또 나만 아는 이야기로 빠지는 중이다.

공녀인 헬레나가 황태자를 대신해 저주를 받는 이야기인데, 이건 제목을 발음상의 언어유희로 생각했다.

져주는, 저주는.

장편으로 연재한다면 결말부에 제목의 비밀을 풀어볼까 했는데.

내가 쓰는 글은 주로 마이너에 속하기 때문에, 그냥 흐르는 대로 데려갈 생각이다.

이 글은 8월 29일 화요일에 쓰였다.


암살자로 전락한 공주는 황후가 됩니다

타이니가 주인공인 글이며, 9월 24일 일요일에 작성됐다.

더 늦게 쓰였음에도 시간대는 헬레나보다 앞이다.

연회에서 타이니와 만나게 되는 헬리아는 헬레나의 고모이고, 헬레나 덕분에 저주에서 벗어난 황태자는 타이니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를 하자면 친아들은 아니다.

이건 정말 장편으로 끌고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쓰는 내가 시놉시스를 비롯해 트리트먼트도 나름대로 짜봤지만 역시나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아쉽다.

일단 필요한 인물들의 설정도 나름대로 구상했고, 필요한 에피소드의 큰 틀도 마련했는데 이대로 보내기엔 공들인 걸 좀 더 확장하고 싶긴 하다.

그러니 올해 중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건드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올해는 조연이었던 헬리아가 주연으로 와서 다리를 만들어줄지도?


소문난 도둑의 주장은 믿지 않습니다

이건 판타지로 분류한 작품이다.

하지만 본래는 로맨스판타지로 가려던 글이다.

그런데 막상 주인공으로 발탁된 게 라디움이다 보니, 로맨스가 빠져버렸다.

도둑이었던 펠레스와 그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

물론 서브남주로 넣을 수도 있지만, 로맨스 잘 모른다.

이 시리즈는 두 개가 더 있는데, 찬찬히 뜯어보면 되게 짬뽕인 글이다.

애초에 이 글은 마지막 내용을 쓰기 위해 마련된 초석이기 때문에 막상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10월 2일 월요일에 쓰인 글로, 뒤에 나오는 비하인드를 보면 어느 정도 맥락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택의 문이 열리면 훔칠지도 모릅니다

바로 도둑 펠레스로 살았으나, 알고 봤더니 백작가의 영애였던 다이엔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다.

사실 여기도 아직 메인이 아니다.

되게 이상한 말 같긴 한데, 원래 쓰려던 이야기의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납치당한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살아가던 그녀.

그러나 이번에는 절벽에서 떨어져 살아남은 그녀는 반대로 펠레스였던 시절을 잊고, 어린 시절의 기억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그녀는 사라진 세월을 한탄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 나이도 먹게 된 다이엔이 한참 연하인 황태자와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열심히 고래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다.(?)

해당 글은 11월 26일 일요일에 쓰였다.


일요일은 기다리지 않는다

라디움과 마찬가지로, 장르가 판타지인 이야기다.

하지만 같은 세계관으로, 앞선 다이엔의 이야기가 주인공인 이해수의 친구로부터 작성된 책이라는 것이었다.

작가 정지안이 해수의 얘기를 토대로, 해수의 취향을 반영해 쓴 로판물인데 그것을 읽다가 잠든 해수는 다이엔에게 빙의한다.

그렇다.

원래는 해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써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라디움과 다이엔을 통해 배경부터 만들었다.

처음 시작은 내가 상상한 팬사인회다.

작가가 된 나는 사인회를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되는데, 바로 거기에 해수가 찾아온다.

해수는 '이세계로 보내는 트럭의 운전수'를 보고 내 팬이 된 친구다.

그래서 그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조용희에게도 영업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추천을 받고 들어왔다가 '엘프도 양궁이 하고 싶다'를 먼저 봤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챌린지를 좋아하고, 나아가 나를 좋아하게 된 이 두 팬에게 감사함을 표하고자 이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계획한 것이다.

지금 보니 생각의 흐름이 이상하다.

아무튼 그 결과, 해수의 친구가 쓴 책을 두고 해수가 다이엔으로 빙의했다가 현대로 돌아와서 크루스였던 용희를 만나게 되는 내용을 생각한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용희를 넣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설정상 크루스는 아르스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용희는 표지 일러를 그린다.

특히 로판을 주로 그리는데, 그것은 자신이 크루스였던 기억을 꿈으로 봤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책으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로판의 영업은 누나에게 당하기도 했다는 뒷이야기도 있지만.

큼큼.

이런 식으로 날 좋아해 준 첫 번째 가상의 팬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다가 만든 이야기가 이 세 흐름이다.

하지만 전개가 훅훅 지나가고, 구체적 내용이 없으니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쓰는 것에 의미를 두는 단계라서 욕심을 내려놓고, 하던 대로 계속 장벽을 쌓을 예정이다.(?)

이 이야기는 12월 3일 일요일에 쓰인 글로, 내가 이때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했으니 딱 10년 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꾸러미?

이상한 tmi도 보이는데, 나름 재밌게 풀어봤다.

아, 내가 느낀 감정이 재밌다는 거다.

이전, 기원전에는 주로 로판을 붙잡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없어서 놀랐다.

내가 이번 꾸러미에 들고 오지 않은 게 있나.

일단은 저게 다라고 본다.

하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으니 놓친 게 있을 수도 있다.

찾으면 다른 꾸러미에서 풀어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저렇게 있다고 했을 때, 작년에 작성한 로판의 비중이 적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추론하기로는, 아마 이전에 장편으로 써야겠다 생각하고 실패한 전적이 가장 많은 장르다 보니 주춤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올해에는 로판 장르를 대폭 늘려봐야겠다.

물론 생각과는 달리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왠지 도전해보고 싶은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중에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넓기도 하니, 그쪽으로 좀 더 기울여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 벽을 또 견고하게 올릴 듯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완벽은 그만큼이나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새 벽을 건드리고야 말 것이다.

그게 잘되지 않는다 해도, 일단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 감성을 이끄는 새벽을 찾아 헤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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