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어떻게 찾을까?"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많은 분들이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글감이 마르지 않는 분도 계시지만, 사실 매일 다른 글을 써야 한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모든 영감은 관찰과 사색에서 얻습니다.
글쓰기의 글감을 구하는 작업 역시 관찰과 사색에서 얻습니다. 관찰을 세밀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으로 보입니다. 누구보다 더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또한, 단순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사색을 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관점에 대해 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관찰하여 얻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라!
끊임없는 글감을 얻는 분들은 아주 작은 일상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의 온도>를 쓰신 이기주 작가님은 버스에서 엿들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글감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그냥 듣고 흘러 버릴 수도 있는 남의 이야기에 의미와 사색이 더해져 근사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관찰력을 훌륭한 글감으로 멋진 글을 쓴 책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데이비드 코긴스의 <맨 앤 스타일>이라는 책인데요.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가죽옷도 내겐 무척 매력적이다. 한 남자와의 첫 데이트를 하러 바에 걸어 들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열적 외모의 검은 머리 남자가 바 스툴에 앉아 있다가
날 향해 몸을 돌리던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의 검은색 모터사이클 재킷 자락이 벌어지며 현란한 자주색 꽃무늬
실크 안감과 그 속의 분홍색 장미꽃무늬 수프림 스웨트 셔츠가 드러났다.
그다음 해 내내 우리는 서로 걷어찼다가 다시 반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매번 다른 달콤함과 잔인함으로.
데이비드 코긴스 <맨 앤 스타일>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 제한적일 것 같은 소재에서도 다양한 글감들로 위트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위의 예시처럼 '가죽옷'이라는 글감 하나로 한 남자와의 데이트를 연결했고, 그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죽옷을 입은 사람을 관찰하며 떠 올렸던 모습과 상황을 훌륭한 글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경우입니다.
사색으로 사건의 의미나 깨달음을 글감으로 얻을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 모두 사색을 즐깁니다.(물론 실용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남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도 사색하는 사람은 그 사건이 발생한 본질을 들여다볼 줄 압니다. 아주 사소하게 발생하는 사건조차 사색을 통해 큰 의미가 부여되죠. 어떤 시인은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시 한 편을 써냅니다.
사색은 생각하는 힘에서 길러집니다. 사건이나 사물의 관찰을 통해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그게 곧 사색이 됩니다.
많은 사람이 환경을 변명의 수단으로 삼는다. 환경이 내 삶을 결정할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김종환 <사색이 자본이다>
김종환 작가님은 환경 탓을 하며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글을 쓰신 것 같아요. 깊은 사색으로 이루어진 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시대는 속도를 부추기도 있습니다. 조금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못 따라갈까 조바심이 납니다. 그래서 갈수록 사색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꼭 모든 사람이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위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시간임에는 분명합니다.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사색의 시간. 자리까지 앉기는 힘들지만 마음은 충만해지는 시간. 그런 시간들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될 겁니다.
아주 작은 사물이나 사건을 관찰하는 습관, 그런 사건들을 보며 사색에 잠기다 보면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