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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GO Jul 31. 2020

하루를 망쳤다.

불편한 일들의 연속

얼마 전 일이었다.

빵을 배우러 갔다. 첫 번째 두 번째 수업은 개인적인 일로 빠졌고 세 번째 수업을 들으러 갔다.

내겐 첫 수업이었다.


미리 안내받은 교실이 없었다. 안내 데스크에 갔고, 거기에도 아무도 없었다. 구석에서 여자 세분이서 점심식사를 드시는듯해 방해하긴 싫었지만 나는 수업을 들어야 했다. "혹시 제빵반이 어딘가요?"


안내받은 곳엔 강사님은 안 계시고 학생 세명이 있었다. 두 명이 한 팀으로 이미 계량을 하고 있었고 나는 다른 분에게 다가가 "저는 무엇을 계랑할까요?"라고 물었다. 날 위아래로 훑어본다. "처음 오셨어요? 아님 보강?"

이미 나는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그때 강사님이 오셨다.

"아! 잠시만요 성함이?" 한참을 안내 데스크에 있는 컴퓨터와 제빵 교실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신다. 

하나 마무리하고 다른 것을 하지 서너 번을 뛰어다니시는 모습이 영 불편하다.

결국 날 훑어보는 여자와 한 팀이 되었다. 


그 강사님은 말이 빠르시다. 설명도 이리저리 잘해주신다. 여러 팁도 주신다. 장난 아닌 장난도 치시는데 난 그 장난이 영 불편하다. 다들 하하호호 떠든다. 나만 붕 떠있다.


믹싱 한 반죽을 테이블에 두고 크게 둥글리기를 했다.

이제 발효를 해야 하니까.

발효기계에 넣어두고 설거지를 했다. 

나랑 같은 팀인 분이 테이블에 달라붙은 밀가루 반죽을 스크레퍼가 아닌 내가 개인적으로 가져온 행주로 박박 닦으셨다. 불편했다. 물어보지도 않고 더럽게 쓰다니. 

난 행주에 묻은 반죽을 손으로 하나하나 떼 가며 빨았다.


오늘은 식빵을 만든다.

믹싱하고 발효한 반죽을 가져와 180g으로 나누고 작은 반죽을 둥글리기를 한다.

친절히 내 옆에 오셔서 한번 보여주신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제가 하는 거 보니까 엄청 쉬워 보이죠? 하나도 안 쉬워요. 해보세요" 라신다. 나는 또 불편하다.



둥글리기라.. 난 해본 적이 없다. 한번 본 걸로 따라 할 수나 있을까?

심지어 오늘의 반죽은 다른 반죽에 비해 질단다. 

다른 반죽을 본 적도 없어서 뭐가 질고 뭐가 덜 진 건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손 모양은 어떻게 하고 저렇게 찰진 동그라미를 어떻게 만들라는 거야?

"어떤 식으로 둥글리기 하는 거죠? 다시 보여주시면 안돼요?"

물었다. 친절은 한 번뿐인지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결과물만 같으면 된다고.


열심히 따라 해 봤지만 결국 망쳤다. 밑에는 동그랗게 안되고 덧가루를 많이 묻혀 동그란 모양이 아닌 이리저리 뭉친 모양이 돼버렸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픽 웃으신다. "아니죠. 밑에도 동그랗게 나와야 해요. 손은 이렇게 하세요"

벌써 다 망쳤는데 이제야 감이 온다. 

잘못 만든 반죽을 동그랗게 해 봤다. "아니, 이미 만든 건 건들지 마세요"


이제 동그란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곱게 접어야 한다.

또 한 번 친절히 보여주셨고 이번엔 옆에서 지켜보신다. 강사님이 할 때는 참 쉬워 보인다.

반죽을 살살 미니 밀리지가 않고 세게 미니 밀대에 반죽이 달라붙는다.


강사님 눈치를 보니 이것도 못하냐는 듯 "아니 아니 그렇게 하면 안돼요.  세게 힘으로 밀지 말고 중간부터 살살 늘리듯 해봐요" 불편했다. 그래서 따졌다. "저는 오늘이 처음인데 어떻게 한 번 보고 따라 하죠?" 

전에 제과를 배우던 강사님이 보고 싶다. 

그분 같으면 처음부터 힘을 많이 주지 않고 덧가루를 골고루 뭍힌다음 약한 힘을 줘서 중간에서 끝으로 뒤집어 가며 밀라고 알려주셨을 것이다. 



그제야 하나하나 알려주신다. 칭찬도 한 마디씩 던져가며. "잘하시는데요?"

수업내용은 좋았지만 나랑 영 안 맞는다.

불편한 장난치며 수업하는 거나 (나만 빼고 다 좋아하는 장난) 한 번 보고 따라 한다는 거나 디테일하게 도와주지 않고 타박하듯 알려주는 거. 나는 내 돈 내고 이렇 수업을 앞으로 한 달간 듣지 못한다.



상담해주시는 분께 연락했다.

"저 이 수업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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