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제 뭐 할거니? 계획은 있니?
계획은 없습니다
⁹인사팀에 퇴사 통보를 한 그날,
남편은 시댁에 전화해
나의 퇴사 소식을 전달했다.
00 이가 퇴사하기로 결정했어요.
남편의 말에 따르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시댁 부모님의 목소리는 많이 당황하신 기색이었고
그 이후에 들려온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고 한다.
너희가 집이 있니? 뭐가 있니?
이렇게 바로 퇴사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
퇴사 통보를 한 월요일을 기준으로
전 주 토요일에 시댁에 방문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회사에서 힘들어하고
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고 있다는 걸
아시게 된 부모님께서
마음을 위로하고자 저녁 식사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퇴사 직전까지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약을 타서 먹으며 버텨왔었다.)
자신의 며느리이자 가족이
힘들어하는 것을 부모님도 같이 힘들어하시고
같이 울기도 하며 위로해 주셨다.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둬도 이해해 주실 수 있도록
사전에 방지차 미리 말씀을 드리려고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는
'퇴사'의 퇴를 꺼내기도 전에
'지금 이 힘듦을 지나면 괜찮아진다.'
'퇴사하면 할 게 없다.'
'조금만 버텨보아라.'라고 이야기하셨다.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분위기 속에서 차마 입 밖으로 '퇴사'를 언급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말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결정을 할까, 말까'
하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퇴사의 소용돌이가 거셌고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월요일 그렇게 인사팀과 팀장님 이후,
세 번째로 시댁 부모님께 이야기를 드렸다.
부모님께서는 '강원도 원주'라는 곳에서
남편과 둘이 같은 회사를 다녔는데
한 사람이 그만두고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간다면
'집은 어떻게 할 건지'부터
'당장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돈은 어떻게 모을 건지' 등
염려와 걱정, 그리고 당황하심과 배신감으로
여러 생각이 드셨던 것 같다.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드실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가,
그것도 회사 근처에 집도 마련하고
평생 그 회사만 다니면서 살 줄 알았던 자식들이,
같은 사내 커플이니 결혼도 할 수 있었던 남편과 내가,
나의 퇴사로 부모님께 실망을 드렸을 거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제 뭐 할 거니? 계획은 있니?
라는 질문에 나는 선뜻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기 때문도 있고,
서른 살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난다는 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 시작하는 것이 낫다.
내가 이곳에서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고 하는 순간,
나는 내 인생을 이곳에 평생 묶게 되는 것이고
퇴사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뭐 할 건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나의 또 다른 인생은 어떻게 꾸려질까?'
현재 기대 50% 행복 40% 걱정 10%의 상태로
나는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조금씩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