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역사 13] 국정농단과 극적 죽음 전말
#. 아래 내용은 2024년 4월에 출간된 '암살의 역사' 서두 부분.
"잠시 뒤 청산가리가 든 케이크와 와인도 건네졌다. 라스푸틴은 이것을 한입에 먹고 마셨다. 유수포프 등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라스푸틴이 곧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먹고 나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어야 할 라스푸틴이 멀쩡했다. 오히려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했다. 이러한 상황이 2시간이나 지속됐다. 유수포프와 황족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마침내 유수포프가 권총을 빼들었다. 그는 라스푸틴의 가슴을 향해 총탄을 발사했고 저격당한 라스푸틴은 쓰러졌다."
근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정 운영은 공식 라인에서 투명하게 이뤄지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비선 라인이 개입해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비난이 뒤따르고 정권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몇 년 전 대한민국에서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이 큰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전 국민적인 반발이 일어났고 급기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까지 이뤄졌다. 그만큼 비선이 개입된 국정은 위험하며 마땅히 거부돼야 할 정치적 악으로 규정된다.
20세기 초 러시아 제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극단으로 치달았던 사례가 있었다.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이다. 변방 난봉꾼에 불과했던 라스푸틴은 기묘한 치유 능력에 힘입어 러시아 황가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다. 비선 실세로 거듭난 그는 국정에 적극 개입했다.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인사권도 마음대로 휘둘렀다. 문란한 성생활도 서슴지 않았다. 라스푸틴의 국정 농단이 심해질수록 가뜩이나 병들어있던 러시아 제국은 더욱 망가져 갔다. 괴승은 러시아 제국과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크게 앞당기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황족들이 나서서 암살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믿기 힘들 정도의 극적인 장면도 펼쳐졌다. 청산가리와 권총 등을 동원한 암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라스푸틴의 생명줄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끝내 라스푸틴이 암살당해 국정농단은 중단됐지만 이미 러시아 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전쟁과 민생 악화에 분노한 민중들이 대대적인 '2월 혁명'을 일으켰다. 그 결과 로마노프 왕조는 몰락했고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는 폐위됐다. 이후에 발생한 '볼셰비키 혁명'(10월 혁명)은 황가의 멸문지화마저 초래했다. 새롭게 집권한 '블라디미르 레닌'의 볼셰비키당은 황가가 반 혁명 세력의 구심점이 될 것을 우려해 잔인하게 처단했다. 결과적으로 기괴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등은 로마노프 왕조 전체를 비참한 최후로 이끄는데 큰 몫을 했다. 라스푸틴의 사례는 국정운영 세력이 언제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희대의 괴승 라스푸틴의 국정농단과 암살, 그리고 로마노프 왕조 몰락 전말을 되돌아봤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53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