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세차장>
기름을 채웠으면 세차도 해야지. 너는 세차장 앞에만 서면 눈을 감는구나 아들아. 세차기계 속 어둠과 물보라가 무서워요 아버지. 폭풍이 치고 비가 퍼붓고 성난 갈기들이 몰아치는, 거인의 입속 같은 어둠이 두려워 차마 눈 뜰 수가 없어요. 아들아, 언제나 감은 눈의 어둠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그러니 실눈을 뜨고서라도 견뎌야 한다. 언젠가 너도 홀로 이 터널을 지나야 하는 밤이 올 거다. 엔진이 꺼지고 핸들이 멈추고, 네 마음대로 네 뜻대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온다. 제자리에 앉아 견디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밤. 살 수 없는 밤. 그렇게 멈춘 것처럼 보여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도 길은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다 아들아. 세차장에도 별이 뜨고 동이 튼다. 터널 끝의 빛보다 더 흰 아침이 온다. 그렇게 지나다 보면 서서히 나아가다 보면
빛도 금방이다
어릴 적 저는 세차장 가는 게 싫었습니다.
어둡고 물줄기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세차기계가
괴물처럼 무섭기만 했죠.
세차가 시작되면 저는
뒷좌석에 몸을 바짝 붙이고, 이따금씩 실눈을 뜬 채
물보라와 바람과 어둠이 다 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견디다 보니 어느새
터널의 끝과 함께 빛 속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세차장이 있습니다.
홀로 지나야만 하는
어둡고 긴 터널이 있죠.
두려움과 불안, 혹은
고통과 슬픔의 터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터널은 없습니다.
견딘다는 건,
나아가고 있다는 것
빛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차의 시간이 지나면
새 차의 시간이 시작될 거예요
빗속을 지나
빛 속을 걷게될 거예요
빛을 닮은 모습으로
‘마주하고, 그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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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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