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깎는 사람>
아버지는 새벽마다 사과를 깎았다
당신의 두툼한 엄지처럼
조각 조각
뭉툭하고 각이 진 사과
한평생
교회에선 졸기만 하던 당신도
사과를 깎을 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기도의 자세로 경건해진다
어느 한 조각도
당신의 입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투명한 비닐에 담겨
잠든 어머니의
머리맡에 놓이는,
당신의 미지근한 손등 같은
아버지는 손으로 말하는 사람이셨습니다. 말 한 마디보다 손 한번 움직이는 게, 그에겐 더 익숙한 대화의 방식이었죠.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사과를 깎는 손. 아침 인사도 없이, 언제나 조용히.
아버지의 손은 익숙한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칼끝은 사과 껍질을 돌려 벗기고, 사과는 둥글게 깎이며 점점 마음의 모양을 닮아갑니다. 기교도, 섬세함도 없이. 투박한 손끝에서 뭉툭한 조각이 하나씩 떨어져 나옵니다.
사과를 깎는 아버지의 자세에는 이상한 경건함이 있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점차 기도하는 사람의 자세를 닮아갔죠. 그렇게 사과를 깎는 아버지 속에 작은 예배당 하나가 지어져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깎인 사과는 어느 하나 아버지의 입속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어요. 그 조각들은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겨 고요히 잠든 어머니의 머리맡에 놓일 뿐이었죠. 이름 없는 선물처럼, 작은 기도처럼.
사랑은 언제나 과일로 남습니다.
미처 닿지 못한 말들이, 눈빛들이, 마음들이
그렇게 전하지 못한 것들이 때론
손이 되어
과일이 되어
여전히 당신 곁에 놓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당신도 교과서예요, 아버지
-공익광고협의회 AC
*위 시는 자작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