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종로였지. ‘텔레파시’라는 경양식집이었어. 거기서 소개팅을 하기로 한 날, 상대에게서 연락이 오더라. 오늘 못 갈 것 같다고. 저 대신 친구가 갈테니 기다리라고. 그래서 기다렸지. 홀로 앉아 빈 접시처럼 멍하니. 그때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울리는 거야. 지금 나를 찾는 사람이 카운터에 있으니 어서 와보라고. 어찌나 반갑던지. 방송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네 엄마가 거기 서 있더라. 함께 자리에 앉아 얘기를 하는데 예쁘고 말도 잘 해. 처음엔 수줍어하는 것 같더니. 볼수록 괜찮데? 그래서 물었지.
- 혹시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 안 해요, 아무것도
- 그러면 같이 장흥 유원지에 가실래요?
- 좋아요
말 그대로 텔레파시가 통한 거지
너는 그렇게 시작 된 거야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순간이 있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이 태어난 순간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처음 서로를 마주 본 날처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떤 세계가 기울기 시작한 순간.
두 사람이 처음 눈을 맞추고
마음을 기대어 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우주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스티븐 호킹은 말한 적 있죠.
그렇고말고요.
당신의 눈빛 앞에서 시간의 상대성과 빅뱅이론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사랑은 먼저 도착한 감정일지 모릅니다.
우린 빅뱅의 후손보다는
사랑의 후손에 가까울지 몰라요.
그럼 세상이 창조된 후에
사랑이 만들어진 게 아닐 수도 있겠죠.
사랑이 먼저 있었고, 그 사랑이
우주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거대한 사랑의 행성에 우리가
처음으로 발을 디딘
작은 여행자일지도 몰라요
아무런 장비 없이
단지 마음 하나를 들고 선,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고
오늘 밤, 당신과 마시고 있다
-산토리 맥주 광고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