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내가 무겁니
안 무겁니, 정말
진짜로 안 무겁니'
새하얀 꽃 한 봉오리
내 등 위에 업혀 있습니다
하얗고 자그마한
여자애 하나가
'정말 무겁니
안 무겁니, 그럼
저기 저 육교까지만'
귓등에 재잘대며
허공에 방방
다리를 치대며
캄캄한 나무 위에
하얗게
잘도 피어 있습니다
동네방네
봉긋한 엉덩이 다 내놓은 채
육교 건너, 골목 지나
마을에서
마을로
하나의 그림자 되어
건너가는,
이
봄밤
목련은 늘 나무에만 피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더군요. 그 아이를 등에 업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목련은 때로 사람의 등 뒤에서 피어난다는 걸. 그날 저는 목련꽃 하나를 등에 업고 있었습니다. 하얗고 자그마한.
한 여자애였고, 한 계절이었고, 어쩌면 하나의 세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겁냐고, 안 무겁냐고. 그 아이는 자꾸 본인의 무게에 대해 물었지만 사실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느낄 겨를이 없었죠. 그 아이의 몸이, 숨이, 살이 닿는데 그깟 무게 따위가 들어올리가요.
사랑을 하다보면 누군가의 무게를 온전히 건네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지나온 모든 계절을, 빛과 그림자를, 하나의 세계를 통째로 걷네받게 되는 순간이 오죠. 그렇게 그가 살아온 하나의 지구를 건네받는 일,
우리는 사랑을 주는 일이라 믿지만
사실 사랑은, 받아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지구를 등 위에 업고 묵묵히 길을 걷는 일
그렇게 언덕을 오르고, 사막을 지나는 일
때론 거대한 바다도 가로질러야 하는 일
무게를 대신 견뎌주는 일
지탱해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
당신에겐 그런 사랑이 있나요?
인생을 세 단어로 말하면
Boy, Meets, Girl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광고
*위 시는 자작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