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을 거쳐야 도달하는 단순의 영역
단순함은 종종 오해된다.
생각하지 않은 결과, 대충의 태도, 요령으로 생략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단순함은 정반대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처음부터 단순한 사람은 없다.
단순해 보이는 결과 뒤에는
수많은 선택과 포기, 판단과 삭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평가된다.
나는 그 오해 속에서 오래 일해왔다.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완성하는 사람은
종종 깊이 없이 처리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빠름은 종종 생략이 아니라 압축이다.
압축은 경험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순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나는 늘 복잡한 경로를 거쳤다.
A안을 만들고, 버리고
B안을 만들고, 다시 지우고
C안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마저도 불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
그 적음이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결코 처음부터 목표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시간 안에 완성하기 위해,
실무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
나는 선택을 줄여야 했다.
모든 가능성을 끌어안는 대신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정확한 하나를 남기는 방식으로.
그래서 단순함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에 가깝다.
무엇을 더하지 않을지 아는 것,
무엇을 지금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무엇을 끝내 포기할 수 있는지 아는 것.
이 모든 것이 단순함을 만든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하느냐고.
왜 더 설명하지 않느냐고.
왜 더 드러내지 않느냐고.
나는 그 질문이
단순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복잡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만이
단순함을 쉽게 여긴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복잡함을 지나온 상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함에 도달하려고 한다.
그 과정이 느리든 빠르든,
그 판단이 옳든 틀리든,
적어도 무작정 생략하지는 않는다.
복잡함을 거치지 않은 단순함은
언젠가 무너진다.
설명할 수 없고,
확장할 수 없고,
다시 만들어낼 수도 없다.
반대로
복잡함을 통과한 단순함은
가볍지만 단단하다.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쉽게 깨지지 않는다.
단순함은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끝까지 생각해 본 사람만이
마지막에 허락받는 형태다.
나는 오늘도
복잡함을 견디며
단순함에 도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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